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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Nov 05. 2024

[도을단상] 살러 가는 가을

임해성 자작시

[도을단상] 살러 가는 가을

나무는 죽음을 품고 산다
햇살의 젖꼭지를 맹렬하게 빨아
부름켜마다 살을 채운다
젖살을 밀어올려 키를 높이고
몸을 불려 덩치를 키워
 덮는대도 이미 죽은 몸

나무는 삶을 움켜쥐고 산다
하늘같은 대지에 뿌리를 박고
물이 올라가는 한
양분을 퍼 올리는 한
부름켜 안은 껍질이 붙어 있는 한
나이테로 굳어도 살아지는 몸

삶이란 모진 것
햇살의 젖이 마르면
애꿎은 잎새를 흘기며 구박한다
밥을 굶어 안색이 바뀌는가 눈 앞이 아득
여린 몸을 겨우 가누는가 바람이 선듯
호흡기를 떼듯 야윈 잎새를 떨군다
아프게 몽아리지는 떨켜를 안고

살러 가는 가을

*단풍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비가 적어 가물고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면 단풍이 더욱 선명하다죠. 나무 입장에서는 그만큼 혹독한 변화일 겁니다. 그래도 살아야지요. 그래서 손가락을 잘라내듯 결연하게 잎새를 떨구는 것이 아닐까요. 죽음을 직감한 잎새가 마지막으로 뿜어내는 엔돌핀과 도파민이 아름다운 단풍의 환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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