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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Jan 12. 2021

성북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모임참조’

[14호]우리 동네 아트살롱 | 글 이설

글·사진 이설



올해 여름, 성북구에 사는 청년예술가 5명이 청년예술단이란 이름으로 모였다. 지역을 기반으로 어떤 작업을 함께 해볼까 고민하다가, 성북에 청년 네트워크도 있고 예술가 네트워크도 있는데, 청년-예술가들 간의 예술기반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여 ‘모임참조’ 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모임참조는, 성북의 청년예술가들이 월 1회 주기로 모여 서로에게 장르의 경계 없이 본인이 사랑하는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레퍼런스 공유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는 돌아가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만을 진행하며, 자기소개 시간은 없다. 작품을 통해 서로의 관심과 취향을 공유할 때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협업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았다.


이 모임은 매월 첫 주 월요일 저녁에 성북예술가압장 2층에서 진행된다. 8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9월까지 두 번의 모임을 진행했고, 1회당 약 15명의 예술가가 참석하였다. 2번의 경험으로 봤을 때, 네트워크 활동 보다는 개인 작업에 치중하는 예술가들이 이 모임에 매력을 느끼고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임이 시작하기 전까지 꽤나 강력한 어색함을 견뎌야한다.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 모임이라고 공지가 되어있어서 그런지 시작 전에 서로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기소개를 하지 않는다. 덕분에 공유할 작품을 PC로 옮긴 후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명상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특히 시작하기 10분 전이 가장 어색하다. 그 이유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


인고의 시간 후에 모임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작품을 공유한다. 최근에 인상 깊게 보았던 전시를 공유하거나,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작업을 공유하기도 하고, 시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쉬는 시간 없이 이야기를 한 바퀴 돌고나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처음 청년예술단 친구들이 레퍼런스 모임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어떻게 진행될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었는데, 막상 해보니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한사람의 발표마다 접할 수 있어서 그런지 질문도 많다.


9월 모임에서 공유된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Chris Burden의 <Beam Drop>이라는 작품이다. 하루 종일 거대한 H빔을 하늘에서 떨어뜨려 땅에 내리 꽂는데, 그 느낌이 짜릿할 정도로 강렬했고, 문명과 자연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몰려왔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영상이 많으니, 시간될 때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모임참조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성북예술가압장 2층에서 진행된다. 대상을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가로 설정했지만, 예술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


2019 모임 현장 (사진제공 이설ⓒ)



※ '모임참조'는 그 이후로도 성북의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모임을 이어갔고,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름부터 공식적인 활동은 중단하였다고 한다.



이설은 성북문화재단 지역문화팀에서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4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9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9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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