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놀고 싶다
책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서점 한 구석에 서서 몇 시간이나 책을 보곤 했습니다.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은 어머니와 시내 서점에서 시간을 보낼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잡지 코너나 벤치에 앉아 계시면, 저는 이 코너에서 저 코너로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흥분하곤 했습니다. 몇 시간이나 지나서야 가만히 앉아 계시던 어머니는 저에게 그만 집에 가자고 하셨죠. 책 내용보다는 책 자체를 좋아해서 표지 보고, 무게를 가늠해 보거나, 종이 질감을 느끼는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립니다. 요즘은 어떤 책이 인기가 많은 지, 표지 디자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몇 권 집어서 읽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가버리죠. 그러다 문뜩 너무 오래 있었는데.. 라면서 미안한 마음에 한 권 사들고 나오곤 합니다. 어릴 적에는 서점을 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 데 한 권만 고를 수가 없어서 자꾸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고른 책은 별 관심도 없는 책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비슷한데 이러니 잘 안 읽은 책들이 참 많습니다. 사실. 이건 변명이고요. 책의 내용보다 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멋진 글을 써보고 싶기도 했고 도움되는 정보글을 써보고 싶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좋아하는 일을 써 본 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바로 동네서점 유흥기! 누군가에게는 술집이, 노래방이, 피시방이, 당구장이 유흥이지만 제게는 서점이 그렇습니다. 소심하게 돌아보고 소소하게 즐기다 오고 간단하게 소감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실제 환경과 분위기는 전혀 다를 수 있지만 그 날의 컨디션과 여린 마음에 이런저런 투정이 섞일 수 있으니 부디 양해해 주시길. 즐겁게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