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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un 09. 2017

[교실 속 그림책] 엉킨 실-교육미술관 통로

교육미술관 통로가 만들어내는69번째 그림책 이야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엄마, 아빠, 나 왕따 당하는 것 같아 힘들어.”라고 이야기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엊그제 완성된 따끈따끈한 책 <엉킨 실>에 아이의 그런 마음을 함께 담았습니다. 인쇄본을 맡기면서 세어보니 영어번역본까지 포함하면 이 책이 어린이작가들과 함께 만든 69번째 그림책이었어요. 

                                                                                                           

[독립출판으로 어린이작가 그림책만들어주기 #69] 
엉킨 실


[교실 속 그림책] 예순 아홉번째 이야기
글 그림 이혜승(13-year-old)


*열세 살 또래의 속마음을 엉켜있는 빨간 실타래에 담아 은유적으로 풀어내었고, 교실 바닥에 커다란 흰색 전지를 깔아놓고 실타래와 손가락을 피사체로 사진 작업 했습니다.




<엉킨 실>은 어린이작가 이혜승의 두번째 창작그림책이다. <학사모의 질문>으로 사포 세대의 청년 실업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함께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어린이작가 이혜승은 이번 작품에서 열세 살 또래들의 속마음을 엉킨 실타래로 표현했다.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안은 가득 엉켜있는 속마음을 빨간 실타래에 담아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혜승은 서사로 풀어낸 자신의 내러티브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표현방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세르주 블로크의 ‘선’을 활용한 작품 표현 방식에 주목하였다. 빨간 털실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주목성과 촉각적인 질감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연필 선을 대신한 ‘빨간 털실의 선’에 투영하였다. 

손가락으로 직접 빨간 털실을 엉키게 하고 풀어보고 자르고 묶어 보았던 일련의 과정을 카메라 앵글에 고스란히 담은 이 실험적인 작품은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은유적인 퍼포먼스로서 예술적 의미를 가진다.

어린이 작가 이혜승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어렵고 지루하지만 가위로 쉽게 잘라버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엮는다 해도 상처와 같은 매듭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엉킨 실은 자신이 직접 부딪치지 않는 한 절대 풀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동안 무심코 외면했던 자신의 실타래와 직면하고 이를 풀고자 엉킨 부분을 직접 매만지는 것, 어린이작가가 이 작은 책에 자신의 열정을 모두 담은 것은 오로지 그것을 위함이다.



[머리말 / 책소개]
이 그림책은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으로 교육미술관 통로가 펼쳐내는 69번째 이야기이다.  교육미술관 통로의 창작 그림책은 공교육의 학교 현장에서 현직교사와 어린이작가가 함께 만들어낸 살아있는 교육 자료로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며 경이로운 감동을 준다.  
그림책 창작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독자로 시작하여 창작의 경험을 가진 작가로 성장한다. 어린이작가는 스스로가 주인공인 한 권의 책을 창작하면서 자기이해를 통한 자아 정체성의 발견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배워나간다. 
좋은 책이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머뭇거리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던진 화두에 한참 동안 마음이 머물러 책 밖의 삶 속에서 다시 질문과 사유를 시작하게 하는 책. 통로의 [교실 속 그림책]이 표방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덮으면서 삶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그림책이다. 어린이작가들과 함께 진심을 담아 창작한 통로의 그림책이 많은 친구 독자들과 어른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공으로서 질문과 사유의 꽃을 피워 한 권의 책이 되는 교실, 그리고 누구나 한 권의 가치로 눈부시게 빛을 발할 수 있는 교육을 꿈꾼다. 교실 속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는 이 꾸준한 여정이 어린이 작가들의 꿈이 흘러가는 통로의 역할을 하기를 소망한다. 

교사 이 현 아 
   

[작가소개]
[이혜승]
<엉킨 실>은 어린이작가 이혜승의 두번째 창작그림책이다. <학사모의 질문>으로 사포 세대의 청년 실업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함께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어린이작가 이혜승은 이번 작품에서 열 세 살 또래들의 속마음을 엉킨 실타래로 표현했다.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안은 가득 엉켜있는 속마음을 빨간 실타래에 담아 풀어낸 것이다.
첫 번째 창작그림책에서 신문과 미디어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여 콜라주 작업을 진행했던 어린이작가 이혜승은 <엉킨 실>에서 빨간 털실과 사진 매체를 활용한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그림책 창작 과정에서 이혜승은 자신의 내러티브를 서사로 이끌어내는 것에 누구보다 탁월함을 보이며 뛰어난 글 작업을 펼쳐내었다. 그러나 이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며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세르주 블로크의 ‘선’을 활용한 작품 표현 방식에 주목하였다. 이혜승은 빨간 털실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주목성과 촉각적인 질감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연필 선을 대신한 ‘빨간 털실의 선’에 투영하였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속마음을 엉킨 실로서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자신의 손가락으로 직접 빨간 털실을 엉키게 하고 풀어보고 자르고 묶어 보았던 일련의 과정을 카메라 앵글에 고스란히 담은 이 작품은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은유적인 퍼포먼스로서 예술적 의미를 가진다.
     

[이현아]
이현아는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긴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는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한다.   
교육미술관 통로(www.museum-tongro.com)


[작가의 말]
“별일 아니야, 그냥 무시해.” 
아이가 여러 번 곱씹어 어렵게 털어놓은 고민에 대해, 그저 ‘애들이 무슨’ 하며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말을 내던지는 무심한 어른.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무시하고 잊어버려야 할 별것 아닌 것들이 내게는 자꾸 걸림돌이 되어 넘어지고 쓰러지는 나, 그런 나 자신을 스스로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한마디 말. “별일도 아닌데, 무시 못하니?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잊어버려.”
열 세 살 또래 친구들은 무심코 던져진 이 한마디 말이 어떠한 폭력보다도 큰 상처였다고 고백한다.   
무시하려 노력해도 자꾸만 기어 나와 내 발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실 하나. 그것과 직면하지 않은 채 그저 꾸역꾸역 살아가던 어느 날, 자꾸 길어진 실은 그만 엉키고 만다. 엉킨 실에 발이 묶인 나는 그제야 실을 돌아다보며 엉킨 부분을 찾으려 매만진다. 

어린이 작가 이혜승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어렵고 지루하지만 가위로 쉽게 잘라버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엮는다 해도 상처와 같은 매듭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 엉킨 실은 자신이 직접 부딪치지 않는 한 절대 풀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동안 무심코 외면했던 자신의 실타래와 직면하고 이를 풀고자 엉킨 부분을 직접 매만지는 것, 어린이작가가 이 작은 책에 자신의 열정을 모두 담은 것은 오로지 그것을 위함이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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