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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동 나나 Nov 11. 2023

할아버지가
엄마보다 우리를 잘 키울거에요!

거북이의 죽음

 안녕?

 선물 받았다던 거북이가 죽었다며?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니? 집을 만들고 먹이 준다고 셋이 둘어앉아 즐거워하더니. 전에 우리가 키우던 큰 거북이는 밖에서 키우니까 문제가 없었는데 작은 거북이지만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나 보다. 

 너희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 와서 집에서 키운 거 기억나니? 보통은 그 병아리들이 바로 죽는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 온 병아리는 오래 살아서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되었지. 삼촌이 닭으로 자란 병아리를 잡는다고 뜨거운 물에 넣었었나 봐. 그것을 본 네 동생은 손님들만 오면 우리 삼촌이 닭 목욕시키다가 죽였다고 했었어. 어렸을 때 키우는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처음 키운 거북이가 죽었으니,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 것은 당연하지. 




 거북이가 죽은 후에 너희들의 대화가 나에겐 더 충격이네.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거북이가 안 죽었을 거에요! 할아버지를 두바이에 오시라고 하세요!”

“할아버지가 거북이 키우려 두바이에 올 수 없잖아.”

“아니에요, 우리를 키우면 돼요. 할아버지가 엄마보다 우리를 더 잘 키우실걸요? “

J가 한 말에 네가 더 충격을 받은 건 아니니? 할아버지가 식물이나 동물을 잘 보살핀다고 생각한 J는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거북이가 안 죽었을 거로 생각했겠지. 그 슬픔이 화가 되어서 너에게 화살이 간 것 같아. 

      



 두바이 생활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아쉬운 것이 없는 생활이지만 쉽지 않을 거야. 두바이에 사는 사람의 80%가 외국인이고 그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이야. 유학생도 없고 문화와 예술을 하는 사람도 없는 곳이라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는 곳이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경제 활동을 해야 살 수 있는 곳이야. 세금은 없지만 임대료가 비싸고 전기 수도 요금도 한국에 비하면 아주 높아서 기본 생활비가 많이 들지. 한 아이당 학비는 천만 원 이상 들어가니 너희 부부가 힘들거야. 그런 곳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너를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해.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적으니, 불만이 있었나 보다. 이 일로 아이들과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이의 생각이고 언어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고 아이들을 이해시켜 보렴. 아이들이 커서 사춘기를 준비하는 신호인 것 같다. 엄마인 너도 사춘기 아이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이번 주  할아버지와 줌 수업을  할 때 거북이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 해 보라고 해야겠다. 줌으로 아이들과 만날 때 이순신 장군, 의사 허 준, 에이브러햄 링컨, 축구선수 메시와 손 흥민, 미래 직업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재미있어했는데. 이번에는 슬픈 이야기가 되겠네. 

할아버지가 두바이에 갈 수 없으니, 은행나무잎을 보낸다고 전해줘. 할아버지가 아이들 주려고 학교 운동장에서 주워 온거야. 이번에 보내는 책 사이사이에 아이들 이름을 써서 보낼게. 

 

 그리고 네 이름도 써서 보낼게. 

                                                                                                         


                                                                                                         2023년 11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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