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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국, 그리고 한국인

by 영동 나나

‘두바이’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세계 최고층 빌딩, 7성급 호텔, 끝없는 사막과 석유 부국이라는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25년간 살아온 두바이는 그저 화려하기만 한 도시가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생존의 현장’이다.


양호 교사였던 나는 남편을 따라 ‘주재원 부인’으로 안정된 삶을 시작하였다. 얼마 후 IMF 사태가 터지고 남편의 실직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금 액세서리를 파는 작은 가게, 여행사 대표와 가이드, UAE 국립 병원의 HR팀에서 일하고, 친구와 함께 작은 카페를 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다. 195개국 사람들이 두바이에 와서 사는 이유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빚을 지고 와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 각 기업의 CEO, 그들의 목적은 모두 같았다. 순수 예술을 하면서 두바이에 살 수 없으며 무의도식으로는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


아랍 상인, 인도 상인과 중국 상인이 열심히 뛰고 있는 중동의 작은 도시에서 한국 상인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두산에서 수주한 담수화 공장을 설명하면서는 자부심이 넘쳤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금 시장에서 받은 무시와 차별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두바이 몰 화장실에서 아랍 소녀들이 아이돌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떼 지어 서 있었다. K-pop의 시작이었다.


외국에 나와 있으면 한국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IMF 시절 월급의 가치가 절반이 되면서 슈퍼마켓 선반 앞에서 손이 움츠려 들어야 했고, 2002년 월드컵 때는 금시장에서 거래하던 이탈리아 친구가 공연히 나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또한 단체 여행으로 한국에 와서 피부 미용 시술을 받은 아랍 여성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것을 보며 흐뭇했다.


우리나라가 잘 살아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잘 살아야 한다. 오늘 한국의 모습이 외국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돌아와 두바이 생활을 돌아보며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개인의 모습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를 하면서 만났던 분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VIP 중에는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것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 수 있는 분도 있다. 그분들을 다시 소환해 본다. 이 연재는 두바이에서 가이드를 하면서 만난 한국 사람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 한국인은 부지런하며 열정적이고 문화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 그 장점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다시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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