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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핸드폰 추락기, 두바이 크릭

물에 빠진 기억

by 영동 나나

새벽에 핸드폰이 울리면 좋은 신호는 아니다. 투어 가이드가 두바이 공항에 안 나왔다는 전화였다. 담당이 잊어버린 것이다. 벌떡 일어나 공항으로 출발하며, 버스 기사에게 공항 로비로 가서 먼저 손님을 만나라고 부탁했다. 신혼여행팀은 예민하다. 평생에 한 번 있는 여행이고, 일반 상품보다 고급형으로 비용을 많이 내고 온 사람들이다.


공항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10쌍의 신혼부부가 나를 쳐다본다. 비난의 눈길,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부터 숙인다. 먼저 사과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한다. 신혼여행을 망친 가이드가 되면 안 된다.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도록 멋진 두바이를 보여 주어야 한다.


새벽에 시작하는 투어는 두바이의 옛 정취가 있는 마을로 향한다. 이 마을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와 만들어진 좁고 긴 물길, 자연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이 물길을 ‘크릭(Creek)’이라 부른다. 양쪽에 100년 된 황토색 건물이 서 있고, 모래 먼지가 쌓인 천막들이 조용히 바람에 움직인다. 이른 시간이라 차분하고 조용하다. 돛을 접은 작은 상선과 타이어, 세탁기, 냉장고, 다양한 물건이 부두를 따라 길게 야적되어 있다. 지금도 인도, 파키스탄, 이란과 활발하게 무역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옛 페르시아 상인처럼 두건을 쓴 상인이 배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수상 택시(아브라)를 타고 크릭을 건넜다. 강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갈매기는 먹이 줄 것을 기대하며 가까이 다가온다. 반대편 아브라 승객과 손을 흔들며 스쳐 지나간다. 일행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셀카를 찍으며 공항에서 일은 잊어버린 것 같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옆에 앉은 커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내 설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이야기에 빠져있다. 신랑은 이야기를 하고 신부는 연신 웃으며 신랑에게 몸을 기댄다.


아브라가 선착장에 미끄러지듯 멈췄다. 서로 손을 잡아주며 배에서 내리는 순간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신랑의 무릎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져 강물 속으로 빠졌다. 다들 보고 있었지만,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나는 신부의 얼굴부터 보았다. 눈이 커지며 놀라고 어이없는 표정, 잊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주변의 뱃사공에게 건져 올 것을 부탁했다. 어린 사공 하나가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갔고, 바로 한 손에 젖은 전화기를 들고 나왔다.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던 우리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기쁨도 잠시 그다음이 문제였다.


“전원 절대 켜면 안 돼요.”

“말려야 해요.”

“복구될까요?”

“어떻게 해”

“지난 일주일 신혼여행이 다 들어 있는데…”


나는 일행과 떨어져 부부 의견을 물었다. 투어 일정을 멈추고 핸드폰 수리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일정을 계속할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신랑은 침묵했고, 신부가 말했다.
“괜찮아요. 티슈로 물 빼고, 식당에 가면 드라이로 말리고... 서울 가서 고칠게요.”

신랑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자기야, 미안해… 우리 사진 다 거기 있었는데.”

신부는 조용히 웃었다.
“내 폰에도 조금 있고, 오늘 하루도 남았잖아. 그리고 우리 다 기억하잖아..”


이렇게 멋진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예쁜 신부는 처음 본다. 신부의 말 한마디를 통해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모습이 보였다. 나는 또 한 번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들의 신혼여행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결혼여행은 그날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며칠 후, 신랑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이드님, 구글 드라이브랑 연동되어 있었어요… 사진이 다 살아 있어요.”

“할렐루야!”




지난 3화의 팁은 1000불이었습니다. 많은가요? 적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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