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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무담당

by 고래씌 Oct 17. 2023

나는 집에서 온갖 잡무를 담당하고 있다.

집집마다 꼭 있다는 인터넷 장보기 담당, 인터넷 뱅킹 담당, 각종 회원가입 등등을 맡고 있다는 말이다.

덕분인지 아닌지 몰라도 각종 홈쇼핑, 마켓 등에 빠짐없이 회원가입이 되어있어 적립금도 제법 받는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주말이면 평소 필요한건 없었는지, 아파트 어플이 업데이트 되진 않았는지(우리 아파트는 아파트 소식을 어플로 전달한다, 참나.) 열심히 챙기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이것이 평일 일과 중에도 있다는 것이다.

“바쁘니? 시간될 때 전화 부탁해.”

“바쁘지? 미안해. 이것 좀 주문해줘.”

“지금 홈쇼핑에 반건조 오징어가 나오는데 앱으로 사면 더 싸대. 주문 해줄 수 있을까?”


“엄마!!!!!!!!! 나 일해!!!” 라고 빽- 소리라도 치고 싶을때가 있지만, 이를 꾹 참고는-

“조금 있다가 할게” “퇴근하고 도와줄게” 이런식으로 돌려 말하곤 만다.


가끔은 스마트폰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편리하기도 한데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면 더 삶이 윤택해지는 세상이니 그것에서 소외될 수 있는 엄마아빠를 생각하면 이런 세상이 가끔은  화가나기까지 한다. 나도 따라가기가 벅차다, 벅차!


때로는 엄마따라 장을 보러 쫄래쫄래 따라갔다 얻어먹곤 했던 찹쌀도너츠라던가, 아빠따라 동사무소에 따라가서 사람 구경을 하던 때라던가 그런 것들이 그리워지기도 할 정도다. 나름의 정겨움이 있었는데.. 스마트폰이면 모든지 빨리 할 수 있으니 성질만 더 급해지는 것 같은건 기분 탓인가. 쩝-


어제 엄마가 주문한 몇가지 물건이 배송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산을 하자며 얼마냐는 엄마 말에

“33,000원만 줘, 우수리는 떼줄게. 엄마 까까 사먹어!”하며 큰 인심쓰듯 장난을 걸었더니 엄마가

고오오맙다며 깔깔깔 웃으셨다.


그래, 뭐- 이게 또 재미지.

잡무에 능해지는 하루가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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