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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건우 Apr 19. 2016

나에게 묻는다.(1)

시작하며

초점 없이 장황하게


나는 누구입니까?

누구냐? 너!

사람은 우연으로 필연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공통된 주제로 고민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살아온 삶이 다르고 현재의 환경도 다르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함부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공감하거나 이견을 나타내는 것도 머뭇거리게 된다. 공감대를 나누기 전까지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능한가? 수 년 간 만나며 지내온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서로 오해를 할 수 있는데 적어도 나의 가치관과 성향, 의사를 전달하는 어투 정도는 알고 있어야 내가 말하는 의도와 내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회상하듯

 

나에게 묻는다. "누구냐? 너!"

성천 나건우  2007. linoleumcuts

머리 자르러 가서 "6mm요, 옆과 뒤는 아주 짧게 잘라주세요."를 외치는 외모에 어울리게 친근감이 가는 얼굴도 아니면서 1년이 넘게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아직도 공부를 하냐?"며 걱정하는 정도의 백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외모에 매우 만족하며 나의 직업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면이 있다.

 청소년 시기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 번 들으면 며칠을 놀러 다니는 속 썩이는 아들이어서 그다지 잔소리 듣지 않으며 어쩔 수 없는 방임 속에 자유로운 고교시절을 보내고, 아버지의 진지한 "검정고시 준비할래? 학교에 계속 다닐래?" 질문에 학교에 가겠다는 선택을 하여 다행히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다. 지방의 대학을 가게 되면서 열아홉 나이에 의도치 않은 가출 아닌 출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부모님에게는 잠시 사는 객처럼 방학 때 조차 한 달도 같이 살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행운처럼 군대를 다녀와 직장을 갖고 비호감의 노안을 가진 스물일곱에 미모의 동안의 여인과 결혼, 그 다음 해엔 아들, 21개월 뒤 딸, 그 31개월 뒤 아들, 국가 유공자라 불리는 세 자녀의 가장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별 깊은 생각 없이 사는 성격 때문인지 5년, 10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슬럼프 없이 현재 직장에 대해 만족해 하며(매월 17일을 감사해 하며), 일이 몰아칠 때는 투덜투덜, 다소 여유로울 때는 화단 풀 뽑고, 물 주기를 즐기고, 저녁때 재미있는 건수를 만들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인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이성적 사고보다 몸 쓰기와 감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인지 대학 때는 체육 관련 공부, 한동안은 음악에 빠지더니, 대학원은 미술 관련 공부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어느 것 하나 부담스럽지 않았고, 잘하는 것은 잘하는 대로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만족스럽게 지냈다. 또한 알게 된 것들을 직장에서 직접 써먹을 기회도 많아서 스스로 선택을 잘 했다고 칭찬하고 있다. 이러한 잡다한 호기심이 발전하여 한 때 기계애를 갖게 되었다. 드릴, 그라인더, 절단기, 드릴링 머신, 샌딩기, 테이블 톱, 콤프레셔, 트리머와 다양한 비트 등이 내는 기계음과 날카로운 날이 회전하면서 그것을 이용해 가공하는 짜릿함을 즐겼다. 기계적 진동과 손가락 날아가거나 살점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한 생존을 위한 집중력(무념무상)이 좋았다. 다행히 어디 잘리거나 부러지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소음과 먼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의 제한으로 재봉틀(Story 200)을 샀다. 강하지는 않지만 작게 느낄 수 있는 손맛도 느낄 수 있고 다양한 노루발의 교체와 실 장력, 기계적 기능을 통한 기술은 무척 만족스럽다. 물론 재봉틀을 다룬다고 바짓단과 허리 조절, 자크 수선 등을 위해 나의 아내는 옷을 마음 편히 내게 맞긴다. 못마땅하지만 단추 달기와 같은 바늘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내가 한다. 딸아이도 인형 꼬리 떨어진 것을 내게 먼저 맞긴다. 당장은 못 해주지만 며칠 있다가 잡아당기면 옷감이 찢어지도록 꾀메어 준다. 떨어지면 또 하느니.

최근에는 2015년 1월 1일을 기해 세금이 무척 올라 사랑하기에 부담스러운 담배를 직접 만들고 있으며,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선배의 솜씨 자랑에 드립 커피 맛이 좋아서 커피를 볶기 시작해서 먹고 싶을 때마다 커피 내리기 귀찮아 더치커피를 만들어 먹는다. 무척 고급스러운 취미처럼 보이지만 치운다고 치워도 여기저기 담배가루가 떨어져 있고, 커피는 볶을 때 날리는 껍질과 5분만 향긋한 커피 연기, 정리 후 구석구석 커피 찌꺼기 끼어 있는 싱크대, 처리가 난감한 커피 찌꺼기. 누구에게 쉽게 권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알바 최저 시급보다 비효율적인 담배를 제작하고, 어머니 깨 볶듯이 생두 볶아 커피 내려서 매실차 타 먹듯 타 먹는다 표현한다. 무식하게도 이런 담배 제작은 1년이 넘었고, 커피는 3년이 넘게 먹고 있다. 담배 제작을 위한 해외 직구와 커피를 위한 판매점 직거래나 더치커피 기구 자작은 개인적으로는 자랑스럽지만 어디 가서 말하기엔 쑥스럽다.


이 정도로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해도 되는 것인가?



정리하며


다시 한 번 스스로 질문한다.

https://youtu.be/kmzyFDZ5v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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