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재잘 떠드는 친구들
그 사이에서 나 홀로 떨어져
생각한다
이 공간은 너무 높다
저 밑이 아득히도 멀다
너무나 아득해서 떨어지면
지금은 멀어 보이는 저 바닥이
달려들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이 공간이 싫다
저 바다는 너무 파랗다
그 끝이 보일 리가 없다
너무나 새파래서 떨어지면
얼핏 얼핏 보이는 검푸른 심해에
삼켜질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저 바다도 싫다
저 도로는 너무 딱딱하다
나를 배려해 줄리 없다
너무나 딱딱해서 떨어지면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위에서
나누어질 것만 같아서 싫다
그래서 저 도로도 싫다
생각하는 도중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진다
무언가 생각할 틈도 없이
어딘가에 떨어졌다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
창문 너머를 쳐다본다
여러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그중에서도 대화하는 두 명
고개를 젓기도 끄덕이기도 하는
모습에 나를 돌아본다
이렇게 싫은 게 많은
나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이 빗방울의 사회에서
나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창문에 붙은 내가
저 밑에 보이는 화단에 닿기 위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려 용기를 낸다
그렇게 나도
하나의 빗방울이 된다.
오랜만에 시를 끄적여 보았습니다. 자꾸 읽어보니 아쉬움이 남지만 언제까지 제 가슴에 품고 있을 수는 없어 올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