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들을 기록하다.
- 영국 런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영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른 새벽부터 나갈 준비를 했다. 나의 여행 일정에서 나라 간 이동은 대부분 새벽 시간에 이루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일 것이다. 3주 정도 기간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금액을 챙겨가기는 했지만 유럽 물가에 대한 지식은 부족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 일정 동안 일기만큼은 되도록 꾸준하게 썼는데 이 시기 즈음 일기 내용은 주로 오른쪽 어깨와 무릎이 아프다는 등 힘든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평소에도 오래 걷거나 피로가 쌓이면 오른쪽 무릎이 제일 먼저 아픈데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했다.(그래도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쉬엄쉬엄 보내자고 정한 날에도 발발거리며 돌아다녔다...)
다음 여행지로의 이동을 위해 런던 개트윅 공항으로 향했다. 목표한 지하철역까지는 이동을 잘했는데 공항으로 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 기차를 타고 1 정거장 만에 잘못 탑승한 줄 알고 내렸는데 그 기차가 정답 기차였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다음 기차가 있었고(한국처럼 급행 기차와 경유해서 가는 기차가 있는데 처음에 내린 기차가 급행, 다음에 탄 기차가 경유하는 기차였다.) 다행히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서 오이스터 카드(영국 교통카드)의 남은 금액을 환불하고(공항 내에서 찾을 수 있다.) 비행기 표도 잘 끊었다. 물론 남은 파운드화는 다시 유로화로 환전했다. ‘정말로 준비에 신경을 못 썼구나...’하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영국이 유로화를 쓰지 않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서 유로를 파운드로, 파운드를 유로로 바꾸는 과정에 손실이 생긴 점, 지금 생각해보면 환전 부분에서는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나중에 사태가 진정되고 영국이 포함된 유럽 여행을 갈 거라면 영국을 맨 처음이나 마지막 여행지로 골라서 나와 같은 경험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 마드리드를 향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T4로 이동해서 렌페(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T1 ~ T3까지는 보이는데 T4가 찾기가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서 다행히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T4로 이동, 렌페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잠깐이라도 마드리드를 둘러보다가 포르투갈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바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마드리드에서 리스본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 정도를 찾았는데, 가장 편한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고, 다음은 1박이 걸리는 야간 버스나 야간 기차를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다. 처음에 마드리드를 둘러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동했던 것이기도 하고, 1박을 이용해 이동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버스와 기차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기차를 택했다. 물론 마드리드는 오며 가며 본 것이 전부가 되어버렸지만.
표를 구매하기 위해서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찾을 수 없어서 안내소에 물어봤다. 리스본을 이야기했으나 직원 분이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보니 포르투갈어 표현인 리스보아로 물어봤어야 했다. 정말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전 지식의 필요성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게 물어물어 야간 기차를 예매하고 근처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었다. 얇은 피자였는데 맛은 그냥 평범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조금은 기대했던 야간 기차에 탑승했다. 저녁 9시 43분 행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그냥 별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일기장에 숙소나 열차나 잠을 자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고 쓰여 있는데, 왜냐하면 잠자리가 불편하고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잠을 자는 중간에 몇 번씩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 깊게 잔 날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불편한 잠자리를 가진 열차에서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기차 칸의 불마저 꺼지자 어둠 속에서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집이 생각나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앞으로 나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마치 내 마음마저 불이 꺼진 것처럼 어둠을 헤매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깜깜했던 밤에 출발해 해가 뜨는 아침에 도착하는 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다. 기차 속에서 긴긴 어둠을 헤치고 나와 나를 따스하게 반겨주는 곳에 도착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리스본은 리버풀과는 다른 의미로 나에게 최고의 장소, 나를 편안케 만들어준, 또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장소였다.
어쩌다 보니 이동을 기록한 것만으로 한 편을 채워버렸습니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동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조금이나마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