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누른 '잠시 멈춤' 버튼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나는 코로나19로 사람 간 전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되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그 결과, 이번 달 수입은 0원이 됐다.
꼭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라는 신분은 언제든 일감이 줄어들 수 있는 불안한 자리다. 언젠가 일이 끊겨 수입이 줄어들 때를 대비하기 위해 나는 평소에 아끼고 아끼며 돈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막상 수입이 없어 그동안 모아놓은 것을 꺼내 써야 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내 생각보다 더 현실이 막막하고 앞날이 두려워 멍해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그동안 일 하느라 힘들고 지친 심신을 쉬게 하자라고 위안하기도 한다. 비록 불가피한 휴식이지만 일을 하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레 나는 왜 사는지,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건 좋은 현상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내 글보다는 의뢰인이 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는 일을 많이 할수록 수입이 늘기에 가능한 한 많은 글을 쓰려고 했고 그렇게 수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이번 원고만 보내고 나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지,라는 생각만 하면서 매달 마감에 쫓기며 살았다. 나 스스로도 이런 글을 누구 하나 읽는 사람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썼고, 결국에는 글 쓰는 행위가 지긋지긋해져버렸다.
그런데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존재다.
다시는 글 같은 거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코로나19로 일도, 수입도 끊기게 되자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차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지난 10여 년간 접어두었던 내 꿈을 다시 꾸게 해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처한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언제까지 수입 0원 시기를 버틸 수 있을까. 다른 일을 알아보자니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길고양이 사료 값은 어떻게 충당해야 하나,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은 없을까, 내게 앞으로 이 위기의 시대를 타개하고 내 삶을 온전히 꾸려갈 능력이 있는가 등 온갖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고 있다.
너무 무섭고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나는 비록 일도, 수입도 줄고 어디에도 가지 못한 채 머물러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나처럼 안개 같은 앞날을 헤쳐 나가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내 진심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