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러든가 Feb 04. 2024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재미없다.

마음 들여다보기.

20대 후반 직장인, 모쏠인 나에게 친구가 대뜸 여자를 소개해주겠다 한다. 작년부터 몇 차례 소개는 받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각자 다른 케이스였지만 원인은 하나였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고, 여성분들이 그걸 흔연히 눈치챘다는 점. 그랬던 경험이 있기에 연락 먼저 해보라는 제안은 우선 거절했다. 그러자 친구는 설득에 나섰다. 


"너도 이런 훈련을 해야 한다. 이번엔 다를 수도 있지 않나. 말부터 자연스레 놔보고 편하게 해 봐라."


요 근래 경험은 생각을 편향시키고 선입견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친구의 제안은 지난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상황을 개척해 보라는 계시와 같았다. 여자분은 친구와 전 직장을 같이 다니던 사이였고, 스타일은 나쁘지 않았다. 요즘 내면을 많이 보기 시작한 나는 외견보단 대화하면서 실마리를 찾길 원했다. 


그렇게 톡방에 초대되고, 친구는 나가줬다. 나름 편한 분위기에서 말도 놓고 서로에 대해 잠깐 알아갔으나, 다음 날, 대화가 내가 생각한 정도보다 지지부진한 걸 알게 되었고, 결국 냉소에 빠져버린 나는 서로에게 흥미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분을 호기심과 호의로 대하기보단 지인에게 소개받았으면 마땅히 취해야 할 구색 정도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그분에 대한 예의는 지켰을지라도, 서로 이해관계에는 맞지 않았다. 


결국 난 연락을 정중히 그만하자고 하고 톡방을 나왔다. 그리자 친구는 하루 만에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긴 힘든 일이며, 연락은 약속을 잡는 용도라는 피드백을 해줬다. 나 역시 공감을 했지만, 결국 연락을 끊게 한 본질적인 생리적 거부감에 대한 해결방안은 아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가 섣부른 판단을 불러왔고, 이내 최소한의 관계 맺는 일(연락)마저도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이 싫다.


문장을 쳤을 때 아무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고 문장을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 그리고 계속 보고 싶다. 인간 혐오보단 썩 내키지 않은 쪽이다. 마치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죽이고 다니진 않는 것처럼. 그냥 좋아할 수 없는 정도의 싫증이다. 어린 시절은 사람과 친해지길 좋아했다. 자리를 바꾸면 짝꿍에 대해 알고 싶고, 반이 바뀌면 새 친구들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람에게 느끼는 호기심이 왕성했을 땐 사람과 친해지는 게 어렵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고립된 사회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그런 감각이 사라졌다. 도리어 업무로 엮인 사람은 서로에게 도저히 호기심을 느낄 수 없는 관계성이었고, 또래 집단과 단절된 시간이 냉소적인 사고방식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타인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주체는 사람 그 자체보단 그가 이룬 물질적 풍요 혹은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정서적 뒷받침을 못해준 것도 한몫했다.


현재는 사람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나와 모두 관계없는 사람들이며, 스쳐 지나갈 사람으로 느껴진다. 게임으로 따지면 NPC 같은 느낌이다. 또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정도의 가치를 굳이 못 느끼겠다. 그래서 누군가와 처음 만난 후로도, 사적인 연락은 절대 하지 않으며 자주 보는 사이여도 연락처는 교환하지 않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엔 철저한 선긋기라고 보일 수도 있다. 그 기저엔 그거와 마찬가지라 볼 수 있는 무감동(無感動)이 있다. 어떤 사람도 내 흥미를 끌지 못하고 나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해 버린다.


이러한 냉소가 사람에 대한 흥미를 없애버렸고, 사람과 교감하면서 기쁨을 얻은 기억이 그다지 없는 경험이 합쳐져 인간 실격점을 받았다. 그렇다고 남을 탓하며 비관에 빠지기보단 싱그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선 노력을 해야 할 듯하다. 누구보다 내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 하나 정도 품을 마음씨 정돈 갖기 위해 극복을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자살의 변증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