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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Aug 09. 2022

말미잘에 쏘이다.

코타키나발루 디나완 투어. 

한적한 오전 호핑을 끝나고, 식사를 간단히 한 다음, 이번 투어의 야심작 스노클링 체험을 시작했다. 



  우선 보트에 다시 탄 다음, 어디론가 이동하는데 바다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보트 위에선 가이드가 스노클의 착용법을 알려주며, 호흡기에 물이 절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꽉 조이라고 당부를 했다. 나는 처음이라 그런지 착용에 미숙했고, 결국 도움을 받아서야 착용할 수 있었다. 


 스노클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냐면, 오리발을 낀 스킨스쿠버들이 튜브를 하나씩 갖고 바다에 들어간다. 그다음 관광객들에게 튜브를 잡게 한 뒤, 스노클을 낀 관광객이 바다 밑을 들여다볼 동안 스킨 스쿠버들이 튜브를 헤엄치며 끌고 다니며 관광을 시켜주는 형식이다. 처음에 한 명의 가이드가 나와 내 친구들까지 세 명을 혼자 끌고 갈려니 죽을려 해, 나는 다른 가이드와 함께 따로 떨어져 스노클링을 즐겼다. 


 처음 스노클링 할 때는 적응이 잘 안돼, 짠 바닷물을 연거푸 들이마시며 어떻게 할 줄 몰랐으나 이내 사용방법을 깨닫고 바닷속 관광을 하게 되었다. 이때 다이소에서 산 아쿠아 슈즈가 빛을 발하는 듯했다. 여행 전 주의 사항에 산호에 찔릴 수도 있으니, 아쿠아 슈즈를 꼭 마련하라는 공지를 봤기 때문에 야심 차게 준비한 아이템이었다.  


 가이드는 나에게 뭔가 문제를 생기면 소리를 지르기보단 손을 조용히 들라고 말해줬으며, 나는 이해했다는 표시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스노클링을 즐겼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 바닷물이 호흡기에 들어오지 않는 걸 알게 된 나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해저 속을 탐사했던 것 같다.  해저 바닥엔 수많은 형형색색의 산호와 정말 손에 채일듯한 열대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니모도 찾았고, 도리도 찾고, TV에서만 보던 물고기들이 실제로 헤엄치고 다니는 광경은 정말 내가 이국에 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스노클링 가는 길

 열대어는 한국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직 이곳에서 발에 채 일정도로 많은 열대어를 보니 견문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즐기고 있는데 순간 엄지발가락 쪽에 검은 가시가 관통한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이게 말로만 듣던 산호에 베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물속에서 급하게 나의 발을 보호하지 못한 한심스러운 아쿠아슈즈를 벗어 재꼈고, 엄지발가락을 급한 대로 바닷물 속에서 확인을 했다. 역시 다이소라 어쩔 수 없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외형적으론 큰 상해는 없어 보여 한 시름은 놓았지만, 통증은 진짜라서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조용히 손을 들고 허접한 영어로 나의 문제점을 얘기했다.


 '아이 스피얼드 프럼 썸띵' "마이 풋 이스 스트레인지~" 


 영어를 배워 놀 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가이드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지 오케이 라며 본래 배로 나를 데려갔다. 돌아가는 와중엔 괜한 아쉬움이 느껴져 일부러 바닷속을 계속 보았는데, 어느 구간엔 정말 무저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구간이 있었다. 여기에 빠지는 순간 뼈도 못 추리겠구나라는 두려움과 함께 내가 차고 있는 구명조끼 덕분에 묘한 안전감을 느끼기도 했다. 


 바다가 이리 깊은 거라는 걸 새삼 깨닫고 너덜너덜하게 느껴지는 엄지발가락을 계속 신경 쓰며 보트에 겨우 올라왔다. 나는 가이드에게 내 엄지발가락을 보여주며, 아임 베리 시크를 연달아 외쳤다. 내 엄지발가락을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검은색 티눈이 나있었다. 


 가이드는 이걸 보고 나보고 말미잘에 쏘인 거라고 알려주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경우로 스노클링이 강제로 끝난 기분이 들었지만, 가이드는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며 나를 위로 겸 칭찬? 을 해주었다. 그리고선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주는데....


  몸에서 나오는 따듯한 물을 부으면 병원 갈 필요 전혀 없이 깔끔하게 낫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통증 부위에 소변을 묻히라는 거였다. 굳이 몸동작으로 친절히 알려주며 응급처치법을 알려주길래 나는 차마 지금 그렇게 할 순 없고, 정녕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하며 깊은 고뇌에 빠졌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나를 구해준 가이드와 얘기를 나누며, 그가 인도네시아에 워크 퍼밋을 발급받아 일하러 온 사람인란 걸 알았고, 통성명도 하게 되었다. 


 내가 배 위에 5분 동안 있으니 점차 다른 사람들도 투어가 끝나 올라오기 시작했고, 내 친구 둘을 맡았던 가이드는 말 그대로 아주 뒤질려 했다.  근육맨과 살덩이를 동시에 끌고 다녀서 그런가 아무래도 진이 빠진 모양이었다. 스노클링 전 쾌활했던 가이드의 목소리가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하소연을 중얼거리는 슬픈 목소리 톤으로 뭔 말을 솰라솰라 하면서 자빠지는데 충분히 삶의 애환과 고난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올라온 나를 보며 의아해 하는 친구들에 내 상황을 설명하고 값싼 동정과 큰 비웃음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가이드에게 들은 응급처치를 알면서 절대 얘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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