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디나완 투어.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호텔 체크 아웃과 동시에 아침부터 예정되어 있는 투어 픽업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호텔 앞까지 픽업을 와주어 우리는 조식까지 싹싹 챙겨 먹고는 짐을 챙겨 승합차에 가방을 놓고 탑승을 했다. 저번 투어가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오늘도 기대가 되었다. 원숭이와 석양 그리고 반딧불이 모두 어우러진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투어가 바로 어제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범죄도시 느낌 나는 승합차에 탑승한 다음에 잠을 청했다. 이번에는 저번보단 1시간 정도 가까이 있는 디나완으로 가는 항구로 도착을 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우리는 어제 탔던 나무보트가 아닌 쌔끈한 모터보트를 타게 되었다. 시원하게 바다와 바람을 가르며, 코타키나발루 근해를 달리는 기분은 환상적이었다. 내가 배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심지어 파도에 통통 거리면서 적당한 리드미컬함까지 있는 탑승감이라니 투어 시작도 전에 만족을 해버렸다.
그렇게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섬 디나완이였다. 디나완은 투박한 움막과 슬레이트 지붕을 가진 시설만 있었다. 나머지는 자연 그 자체였다. 도착하고 나니 수많은 유럽인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카약을 탈려했는데, 유럽인들이 이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단 물놀이만 해야 했다. 유럽인들을 보니 정말로 피부가 하얗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하는 악센트를 들어보면 영국인들 같은데, 확실히 발음이 발렸다. 영국식 발음이 괜히 섹시하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수영복을 보니 비키니 문화가 정착된 느낌이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딱 맞는 표현이었다. 눈이 파란색이니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건 확실했다. 항상 검은 동공만 보다가 다른 색의 눈을 보니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유럽인들 사이에 껴서 물놀이를 즐기며 말레이시아의 짠 바닷물을 몸소 체험하며 액티비티를 즐겼다. 바닷물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짰다. 그동안 바닷물이 짜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는데, 말레이시아 바닷물은 달랐다. 나는 애들이 계속 물로 엎어대는 바람에 그 짠 바닷물에 절여져 소금 절임 된 고등어처럼 짠내와 함께 햇빛에 건조하며 몸을 말렸다.
외국인들은 생각 외로 점잖게 놀았는데, 서로 엎어트리고 그런 장난은 치진 않았다. 그냥 카약 위에서 보노보노처럼 누워 햇빛을 즐기거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둥둥 떠다니면서 물장구만 치는 모습이었다. 카약 위에 있는 서로 자빠트리고 노는 우리랑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오늘만 노는 게 아니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놀자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유럽은 1달 정도 기간을 잡고 놀아버리니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유럽인 중에 전 축구 선수였던 '스티븐 제라드'를 닮은 사람이 있어 말을 걸어볼까도 했지만, 그 사람이 혹여나 제라드를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어, 말을 아꼈던 기억이 난다.
디나완 섬은 선베드와 해먹을 잘 갖춘 섬이다. 호핑을 하고 여유롭게 태양빛을 맞으며 선베드 위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아니면 해먹에 누워 책을 보는 고상한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 물에 담기고 나서 선베드에 누워 태양빛에 옷을 말리니 내 몸도 녹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경험 상당히 나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선글라스 낀 채로 누워있다 보니, 가이드가 우릴 불렀고,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보트에 탑승했다.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