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복리 후생의 빈틈과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에이바라는 여성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남자 동료보다 자신의 임금이 낮다는 것을 깨닫고 상사에게 이를 문의했다. 상사는 남자 동료가 회사 내 인사 시스템에 불특정 지표로 인해 더 높은 성과를 내었다고 대답했다. 그 후 에이다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그 상사는 에이다를 배려한답시고 출장에 제외시켰고, 승진은 자기 대신 출장을 갔던 남자 동료에게 돌아갔다.
최근 몇 년간 많은 회사가 이러한 투명성,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한 효과에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차별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 고용주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직원들의 신뢰도가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남녀 형평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정책들이 남녀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연 근무제는 육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복리후생이다. 유연 근무제 자체는 큰 호평을 받았으나, 형평성 문제에 있어선 개선을 보이진 못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정책에 더 의존하게 되고, 필요할 때 휴가를 쓰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긴 휴가를 써야 할 때가 온다. 그 때문에 상사들이 여성들이 남성보다 회사에 더 헌신도가 낮다는 생각을 해 인사상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남녀 차별 없이 오로지 성과로만 판단하겠다는 성과제는 왜 여성의 형평성을 해결해주지 못했을까? 이런 문제는 위에 에이다의 케이스처럼 투명하지 않은 불특정 지표에 의해 남성에게 더 유리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이 같은 상사 아래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내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인상률이 낮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보았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회사에 대해 애정을 전혀 갖지 않는 게 당연하다.
첫 번째. 성별을 초월한다.
위에서 말한 유연근무, 성과제, 형평성 프로그램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에겐 효과가 미미했을 뿐이다. 경영진은 기존 프로세스를 넘어 진정한 성평등이 뭔지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 허울이 좋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불평등이다. 경영진은 성별 상관없이 모두 공평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형태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전체적인 시점으로 바라본다.
여기서 말하는 전체적인 시점이란, 직원을 그저 직장인으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즉 직원을 누군가의 가족, 아들, 친구로 바라보는 것이다.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인격적인 대우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세 번째. 끊임없이 자가 검진을 해야 한다.
경영진은 스스로에 대한 자가검진을 직원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인간성: 고용주는 내게 공감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투명성: 고용주는 간단하고 쉬운 언어를 통해 중요한 정보와 결정을 공유한다.
역량: 고용주는 업무에 대한 환경을 조성하고 나에게 필요한 자원들을 제공한다.
신뢰성: 고용주는 나와의 계약관계를 일관적으로 잘 실천한다.
이 평가를 통해 자신에 대한 검진을 할 수 있으며, 이는 무기명으로 솔직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남녀 간의 신뢰 수준차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자신의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만족하지 못한 지표가 나온다면 이에 맞춰 새롭게 프로세스를 구성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이 글은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di/category_id/9_1/article_no/907를 참조하여 재작성한 글입니다.)
여성이 직장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극한의 남초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잘 체감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비록 가상이긴 하지만 에이바라는 여성의 이야기가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위 아티클은 미국의 이야기고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타 국가에서도 공공연연히 피해 보는 여성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물론 요즘은 역차별이다 뭐다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현재 남녀평등문제는 적절한 균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좋은 것은 나눠주고 나쁜 것은 보완해 주는 관계가 본래 남녀관계 아니던가. 평등과 공정은 다른 말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을 위한 육아나 복리후생 정책이 과연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에 대한 점검은 필요한 듯하다.
정책이라는 것은 시행자의 깊은 뜻이 가미되어야 한다. 가시적인 효과만 드러내는 정책은 금방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등과 공정을 이룰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기반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간 위인들이라면 그리고 그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자들이라면 자신의 일처럼 어젠다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한 여직원을 넘어 어머니가 일하기 좋은 기업과 살기 좋은 국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볼 필요성이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