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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의 서재 Jun 09. 2024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때도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기묘한 영화다. 카메라 앵글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부를 집요하게 비추지 않는다. (마지막 현대를 제외하고)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설계자인 루돌프 회스 가족의 일상을 '잔잔하게' 비춘다. 가족들은 강가에 나가 소풍을 즐기고, 큰 정원에서 수영을 즐긴다. 그러나 깨끗하고 정돈된 그들의 가정 한편에는 끊임없이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자리 잡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은 루돌프 중령의 집을 그리고 있지만 관객들은 다른 곳을 볼 수밖에 없다.


네이버 스틸컷


네이버 스틸컷

영화의 시각적인 구도마저도 노련한 사진작가가 공들여 촬영한 것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이런 균형의 아름다움은 피와 재로 얼룩진 수용소와 대비되어 불쾌감을 자아낸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깨끗한 집, 정돈된 정원을 비추고 있지만 관객의 생각은 그곳에 머물지 못한다. 음향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의 BGM처럼 깔리는 작은 총소리와 고함의 메아리, 밤에는 노을처럼 타오르는 굴뚝의 연기는 관객들을 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가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참 다양한 방식이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기발한 방법으로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면 그것으로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도입부는 <The Jon Spencer Bluse Explosion - Bellbottoms>의 비트와 자동차 추격신이 찰떡같은 편집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 훌륭한 뮤직비디오가 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관객들이 팝콘을 먹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괴물이 작은 소음에도 반응하기에 등장인물들은 음식을 먹을 때도 천으로 된 그릇에 음식을 먹고 수화로 대화를 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더 볼 수 있는' 영역은 관객에게 맡겼기에 표현의 한계를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직 내가 봐야 할 영화가 많이 남아있다고 일깨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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