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전하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풍경
지은이 박김수진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판형 125*180, 무선제본 | 쪽수 128쪽 | 발행일 2023. 3. 13.
가격 12,500원 | ISBN 979-11-92441-09-2 (03810) | 출판사 책나물
1. 책 소개
“쫑투는 내 청춘이자 내 중년입니다. 영원한 내 강아지,
쫑투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
19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전하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풍경
2003년 1월, 문득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저자는 지인을 통해 말티즈와 요크셔테리어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 두 마리를 마주했습니다. 활동적인 강아지와 기운 없어 보이는 강아지, 저자는 “힘없는 강아지 데려갈게요.” 하고는 5만 원을 주고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요. 이것이 저자와 강아지 ‘쫑투’의 첫 만남에 관한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쫑투가 엄마 아빠 개, 그리고 언니 강아지와 이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고, ‘애완견 산업’의 문제점 같은 고민은 아예 떠올려보지도 않았지요.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무식하고, 무식하고, 무식했습니다.”
시작은 무식했지만, 함께하는 동안에는 최선의 사랑이 머무릅니다. 그럴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그랬지만, 저자는 지금까지 쫑투를 다섯 시간 이상 혼자 집에 머물게 한 적이 없거든요. 정확하게는 거의 혼자 두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강아지와 함께 살기로 한 이상 강아지를 외롭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쫑투는 곧 열아홉 살이 됩니다. 저자는 쫑투를 ‘잘’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거울 보고 놀라던 쫑투, 아주 작고 귀엽게 소리 났던 쫑투의 첫 방귀, 낯선 곳에 가서도 화장실을 찾아 잘 쉬야하던 쫑투의 비상한 능력, 10년을 같이 살았던 쫑투의 친구 ‘깜비’, 일어나자마자 발등 위에 뽀뽀해주던 쫑투의 아침 인사, 산책을 자주 다녀도 언제나 아기 발바닥처럼 부드러운 쫑투의 발바닥, 이사 전 원룸 근처를 산책할 때면 골목을 돌아 옛날 집을 찾고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그 앞에 서던 쫑투, 이제는 점점 앞도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게 된 쫑투……. 이것은 아기 강아지가 이 세상에 와서 어떻게 존재하다 사라졌는지를 담아낸 작고 깊은 책입니다. 아니, 사라짐이 아닙니다. 저자의 마음속에, 또 이렇게 책으로 남았으니까요.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어쩌면 이렇게
매일 매 순간 우리를 반가워해줄까요?”
고맙고 또 고마운 반려견을 끝까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우리 강아지들은 어떻게 그렇게 매일 매 순간 우리를 반가워해주는 걸까요? 참으로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와도 쫑투는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저자를 반깁니다. 몇 시간 지나 상봉할 때의 쫑투는 아주 날아다녔습니다. 온몸으로 “넘나 좋아!”라며 원망하는 눈빛 하나 없이 마냥 반가워만 해주었지요. 방 안에 함께 있을 때, 쫑투는 저자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저자가 과제를 하고, 공부를 할 때…… 쫑투는 저자만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어요. 가끔 일을 하다가 쫑투를 바라보면 언제나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거죠. 네, 언제나요. 쫑투는 내내 저자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쫑투는 저자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저자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자가 쫑투 가까이에서 쫑투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쫑투가 고개를 돌리다가 우연히 저자를 발견, 둘의 눈이 마주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저자는 이 사회에서 ‘레즈비언’이라 불리는 소수자이고,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쫑투는 레즈비언 엄마들을 둔 특별한 강아지인 셈이지요. 쫑투는 엄마들이 레즈비언이라고 싫어하거나 혐오하지 않습니다.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아니, 엄마가 둘이나 있어서 더 좋다고 해주는 고마운 쫑투입니다. 레즈비언 커플인 두 사람은 웬만해선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쫑투가 들러리로 서는 강아지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우당탕탕 결혼식은 어쩐지 애틋한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쫑투가 세상을 떠난 지 6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저자는 매일 쫑투 이름을 부르고, 매일 쫑투 방석이 놓여 있던 자리에 앉아 쫑투 생각을 하고, 사흘에 한 번씩은 쫑투와 깜비의 유골이 담긴 유골함을 살살 흔들어 쫑투와 깜비 몸의 일부인 뼛가루가 굳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책 『내 늙은 강아지, 쫑투』는 또 다른 한 생명 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담담하고 따스하게 보여주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2. 차례
무식하고, 무식하고, 무식했습니다
우리 쫑투는 물을 참 잘 마셔요
쫑투에게는 엄마가 넷이에요
맑고 곱던 쫑투의 하울링 소리
쫑투의 비상한 능력
쫑투는 내 청춘입니다
아침 인사
오랜 시간 바닥 생활을 했어요
천하장사
어젠 쫑투가 아팠어요
우리 쫑투는 속박과 구속을 싫어합니다
쫑투의 발바닥
협상가, 박쫑투
사랑하는 쫑투는 예쁘기도 하지요
할머니와 쫑투
깜비와 함께
똘똘한 깜비
서강대교 표지석은 깜비 표지석이기도 해요
깜비와의 이별
쫑투와 나의 하모니카
쫑투와 펜션 여행
쫑투의 하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야
★★펜션
온 바닥에 배변 패드
결혼식에 초대받은 우리 가족
그래도 나는 쫑투를 사랑합니다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봄날처럼 따뜻한 날이네요
버둥거리는 증상
두 번째 방문 미용
쫑투의 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쫑투와 봄 산책을 합니다
쫑투가
숨을 멈추었습니다
인사
작가의 말
3. 작가 소개
박김수진
강아지 형상의 딸인 ‘쫑투’와 강아지 형상의 아들인 ‘깜비’의 엄마입니다.
쓴 책으로는 『너는 왜 레즈비언이니?』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 『여자 사람 친구』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soojin_1975
4. 본문에서
쫑투는 혼자 있는 걸 싫어해요. 그 어떤 강아지들이 혼자 있는 걸 좋아하겠어요. 쫑투와 함께하면서 제가 제일 잘한 일은 쫑투를 거의 혼자 두지 않았다는 것 같아요.
(22쪽, ‘맑고 곱던 쫑투의 하울링 소리’에서)
우리 할머니 강아지가 18세이니 18년 전에 우리 쫑투와 만난 것입니다. 내 나이 스물일곱 살이었는지, 스물여덟 살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내 나이는 마흔일곱 살입니다. 그 숫자들을 생각해보면 참 여러 가지 기분이 듭니다.
18년, 내 스물여덟부터 마흔일곱까지. 이 시기를 한 낱말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쫑투”
(28쪽, ‘쫑투는 내 청춘입니다’에서)
매일 아침 해왔던 쫑투의 아침 인사법이 하나 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나를 찾아와 내 발등 위에 가볍게 뽀뽀를 하는 인사법이었습니다. 쉬야가 마려울 텐데도 잊지 않고 나를 제일 먼저 찾아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그럼 나는 우리 쫑투를 번쩍 들어 목 여기저기에 뽀뽀를 퍼붓고는 하였습니다. 지금의 우리 쫑투는 더 이상 내 발등에 뽀뽀하는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이 안 보여서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2쪽, ‘아침 인사’에서)
어제 새벽이었어요. 최근 들어 쫑투가 켁켁거리는 일이 잦은데요, 어제 새벽 시간에도 잠을 자다가 켁켁거리기 시작했어요. (…)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입니다. 언제 갑자기 쫑투가 우리 곁을 떠날지…… 두렵습니다.
(41-42쪽, ‘어젠 쫑투가 아팠어요’에서)
쫑투 주제가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쫑투는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 반짝.”
이 노래를 늘 불러줬습니다. 평생 말이에요. 지금은 귀가 들리지 않아 몸에 입을 대고 불러주곤 합니다. 쫑투가 내 곁을 떠나는 날에도 우리 쫑투 주제가를 불러줄 생각입니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말입니다.
(55쪽, ‘사랑하는 쫑투는 예쁘기도 하지요’에서)
쫑투를 처음 데리고 온 날부터 지금까지 쫑투는 가끔 할머니를 만납니다. 엄마는 나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쫑투를 바꾸라며 “쫑아~ 할머니야. 잘 지내니?”라고 말씀하세요. 그럼 쫑투는 전화기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꼬리를 마구 흔들기도 했답니다.
(58쪽, ‘할머니와 쫑투’에서)
몇 분 정도 바다를 보고 있는데, 잠시 뒤돌아보니 저 멀리에서 쫑투가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는 게 아닌가요! 깜비와 바얼님을 떠나 쫑투가 나를 찾아 그 먼 길을 걸어오는 것입니다. 한참을, 정말 한참을 나만을 바라보며 걸어오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의 그 장면을,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쫑투에게 많이 고맙습니다. 다시는 없을 일이지만 괜찮습니다. 내 마음에 깊이 새겨 두었으니 말입니다.
(84-85쪽,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야’에서)
수개월 전에 ★★펜션 사장님께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어찌나 쿨하게 받아주시던지 정말 고마웠습니다. (…) 살다 보면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감사할 일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커밍아웃을 하고 끊긴 오랜 관계들도 많거든요. 그만큼 상처도 깊고요. (…)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커밍아웃하는 동성애자 커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우리를 안심시키고, 여전히 쫑투에게 사랑 주시는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3-94쪽, ‘결혼식에 초대받은 우리 가족’에서)
오늘은 유튜브 검색창에 ‘19세 노견’이라고 입력하고 영상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이를 보내주는 영상이었는데요, 떠나려는 강아지가 보이는 신호들을 소개해주는 영상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쫑투가 하고 있는 여러 행동과 유사하더라고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자고 있는 쫑투 목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습니다.
(97쪽, ‘그래도 나는 쫑투를 사랑합니다’에서)
어떤 분께서는 2개월 전에 19세 아이를 보냈다며 우리 쫑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습니다. 쫑투의 상태를 걱정하는 많은 이웃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잘 보낼 일만 남았습니다.”
(112-113쪽, ‘쫑투와 봄 산책을 합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