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작가 Jul 26. 2023

현실과 대응할 용기 기르기

늘 좋을 순 없다!

문제 많은 세상


 “제법 오래 살아도 우리는 인생에 라벨을 붙이기가 어렵다. 누구에게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꿈같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게 우리네 삶이다.”
- <<모든 삶은 흐른다>>
육룡이 나르샤 마냥 멋진 천정화를 그려놓은 누수!

손바닥만 한 얼룩이 하늘로 올라가는 용처럼 멋진 그림을 그려놨다. 세입자인 우리는 아직 주인에게 말도 못 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경지까지는 가지 않았기에.

곰팡이는 물을 좋아한다. 바로 피어나더니 이 모양이다. 아휴... 집을 잃고 살림살이를 물에게 빼앗긴 이들은 얼마나 막막할 것인가.

기후 위기로 인함인지 올해 우리나라는 집중호우로 여기저기 피해가 크고 묻지 마 폭행으로 인한 살인에 교권 침해까지 사회적 문제가 연이어 나타났다.


밥 한 번 같이 먹기도 힘들고


어머니 친구 초밥집에서 주문한 음식들과 하트 뿅뿅 엄마표 오징어 숙회로 만찬을!

동생과 조카가 합류하고 먹거리가 늘어났다. 그만큼 늘어나는 식비와 배달음식. 조카들은 집밥보다 매끼 새로운 배달음식을 선호한다. 어느 주말 어머니 친구가 운영하는 초밥집에서 주문한 모둠 초밥과 회 싫어하는 첫째 조카를 위해 시킨 쇠고기 덮밥. 그전 날 할인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오징어 숙회까지.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어머니는 나이 들수록 주말에 한 번이라도 온 가족이 상에 둘러앉아 함께 먹는 즐거움을 찾는다. 예전에는 돈 많이 든다고 외식 대신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힘이 빠지고 관절에 이상이 생기자 시켜 먹거나 나가서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누구는 초밥 싫다, 왜 갑자기 초밥이냐 등 다 같이 식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의견 조율에 가족 중재는 내 몫! 회 싫어하면 고기. 어머니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곧 문을 닫을 수도 있어 그전에 한 번이라도 더 팔아주자는 어머니 마음이라고 다른 식구들에게 설명까지 하면서 상 앞에 앉혀야 한다. 조금 피곤할 수도 있고 개성도, 입맛도 다 다르지만 어머니 좋아하는 일이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우리는 공사 중이나


이혼하고 집안 살림에 보태겠다고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동생은 몸살이 걸려 입맛이 떨어졌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이번에 힘을 내서 전교등수가 50등이나 올랐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첫째 조카를 보니 학원비가 아깝지 않다. 쓴소리 잘하고 잔소리 달고 사는 이모에게 보란 듯이 국어 91점 받았다고 말하는 아이가 조금씩 철이 들어가나 싶어 감사하다. 방학이라고 대놓고 자신 있게 게임하는 둘째 똥강아지 조카도 철이 들어가겠지 싶어 걱정을 안 하려 하지만 잔소리는 갈수록 늘어난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쉴 새 없이 반찬 걱정인 어머니. 그 덕분에 우리는 여름철 비타민 충전 중!

극과 극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다혈질에 노름꾼인 데다가 남들 시선이 가족의 정서적 안정보다 더 중요했던 살아생전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았다. 술과 담배를 안 했어도 술과 담배에 찌든 아저씨들을 집으로 데려와 집안을 어질러놓고 일하고 돌아와 쉬지도 못하는 어머니와 우리 생각은 하지 않던 그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없다.

대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식들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며 기죽지 않게 예쁜 옷 입혀 누가 예쁘다고 하면 스스로 뿌듯해하던 정 많고 자존심 높은 어머니도 이제 약해져 간다. 아는 옷 가게에서 할인 문자가 왔대서 어머니 기분 풀어드릴 겸 같이 나가 옷 하나를 샀다. 옷 하나에도 얼굴 가득 퍼지는 미소가 아이 같이 해맑다.


우리 가족은 아직 공사 중이다. 행복할 때보다 서로 소리 높이고 잔소리하고 마음 상하고 눈치 볼 때가 더 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나랑 동생도 극과 극이다. 그렇게 성격이 안 맞아 서로가 불편해도 어느 누가 내 동생을 건드리면 바로 죽음(?)이다, 이런 심정으로 도끼눈으로 대응할 태세를 지니고 산다. 동생도 내가 맹장이 터져 힘겨워할 때 옆에서 밥을 떠먹이며 언니가 먹던 밥까지 더러워하지 않고 같이 먹어준 살뜰한 '내 편'이다. 물론 여전히 티격태격 서로가 서로를 못 견뎌 난리이지만. 그러면서도 퍼즐을 조금씩 맞추며 적응해가고 있다.


현실과 마주할 용기 기르기


너무 아픈 일을 당하면 마음이 일어설 수가 없다. 그럴 때 조심하지 않으면 가까운 이가 자신도 모르게 2차 가해를 가할 수 있다. 그냥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단 말이다. 그래도 모르는 척 눈 감지 않고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회복할 수 있다. 장차 다가올 행복을 만날 수 있다.  너무 힘들 때는 쉬기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사고 싶은 것을 사는 것도 작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제자가 <엘리멘탈>을 추천했다. 내가 좋아할 영화라고 했다. 일 년 내내 시험과 성적에 민감한 사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학원 강사인지라 많이 지쳤고 힘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앞에 쓴소리를 해도 허공에 맴도는 바람처럼 보람이 없었다. 성적을 올려놓으면 이제 잘하니 그만둔다 하고, 성적이 안 나오면 선생님이 아무리 잘 가르쳐도 아이가 안 하니 무슨 소용이냐며 그만두고. 운영을 하는 원장님 눈치도 보였다. 누가 나무라지 않아도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졌다.

영화 <엘리멘탈>에서 주인공 엠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잘 꾸려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가늠할 여유조차 없이 그저 부모님 마음만 생각하는 인물이다. 누구는 전형적인 K-장녀라서 우리나라에서 대박을 쳤다나. 내 모습 같았다. 불쑥불쑥 화가 올라오는데 꾹꾹 눌러 참아야 하는. 사느라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그래서 영화 속 엠버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웨이드가 참 멋져 보였다. 아무튼 가끔은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영화나 노래 같은 매체도 필요하다. 요즘 어머니는 '불타는 트롯맨' 보며 힐링 중이다. 나훈아 신곡이 나왔다며 따라 부르고 좋아한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치료제는 글쓰기다!*^-^*

습했다가 무더웠다가 날씨가 극성이다. 불쾌지수 올라가기 쉬운 여름.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살아도 되는 세상은 아니다.

힘들수록, 바닥으로 처질수록 현실을 직면해서 보아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혼자 힘으로 어렵다면 도와줄 사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붙들 필요도 있다. 물론 자신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음료수 병에 꽂아둔 식물의 줄기에서 하얀 뿌리가 생겼다. 자신의 삶이 잘린 것처럼 아플 때, 포기하지 않는다면 뿌리는 다시 생길 수 있다. 무더위가 극성인 여름, 모두 무탈하기를! 모두가 무탈할 수 없는 세상이라 해도 자신의 마음만은 지지 않기를...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 로랑스 드빌레르
매거진의 이전글 물건 줄여나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