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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Jul 31. 2023

휴가를 즐기는 방법

윤작가 관점으로 바라보고 찍고 쓰는 일상

세탁기, 세탁기!


지인이 한번 보자고 했다. 나는 MBTI에서 I형이기 때문에 웬만해서 잘 나가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관계가 좁고 집순이답게 집에 있어도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그러나 마음이 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보자는 지인과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우리의 약속 장소는 샤브집. 더운 여름, 기운 내라고 일부러 한우 샤브를 시켰는데 턱관절이 약한 지인은 고기가 질기다며 힘들어했다. '내돈내산' 한우 샤브는 결국 나를 위한 보양식이 되고 말았다.                                                  

갖가지 채소와 버섯, 어묵까지 곁들여 푸짐한 한 상!

지인은 문학 공모전에 응시할 원고를 읽어봐 달라고 미리 부탁한 터였다. 부족하지만 읽고 솔직한 느낌을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원고를 읽어가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쓴 지인의 글. 의문이 가는 몇 군데를 서로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지원한 분야에서 1등으로 뽑히면 세탁기를 살 수 있는 상금이 나온단다. 지금 집에 세탁기가 고장 나려고 하는데 상금을 바라는 눈치. 혹시라도 안 되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 우선 가작이라도 되길 바란다고 하니 세탁기를 꼭 사야 한단다. 어쩌겠는가? 나도 더욱 간절히 응원하는 수밖에. 더군다나 상대방의 부탁으로 원고를 직접 읽고 피드백까지 했으니 안 되면 곤란...

"세탁기를 꼭 바꾸기를 기원합니다!"



똑같은 일상, 조금은 윤이 날 수 있기를


"나의 똑같은 일상도, 매일 마주하는 종이도 조금은 윤이 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 김성라, <<쓸쓸했다가 귀여웠다가>>


얼마 전, 세움북스 신춘문예 공모전에서 기독교 수필 부문, 가작으로 당선되었기에. 그 보람으로 지인에게 조금은 자유롭게 마음 놓고 솔직한 피드백을 했다. 에세이는 진정성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겠냐며, 나의 공모전을 위해서는 아주 뜨거운 기도는 못 드리고 그저 신의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짧고 굵은 기도만 했는데. 지인의 부탁에는 가벼이 넘어갈 수 없고 세탁기를 사야 한다니 더 큰 간절함과 소망으로 기도드리게 생겼다. 아무튼 그 출판사에서 나의 최애 작가 미우라 아야코 문학관이 있는 문학 기행을 기획했다고 해서 홍보할 겸 SNS에 글을 올리다가 <<빙점해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빙점해동>>과 더불어 빙점, 빙점 속편, 미우라 아야코의 자서전과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그녀의 문학관으로 가기 위한 일본어 학습서 등 몇 권의 책을 주문했다.

책값도 만만치 않은데. 아직 안 읽은 책도 많은데. 책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

여러 가지 형광펜과 인덱스필름, 아기자기한 스티커 등으로 한 권의 책을 읽어나가다 덮어놓고 또 다른 책을 본다. 이런 식이라 한 권의 책을 언제 다 볼 수 있을지 단정할 수 없다. 주변에 책은 쌓이고 택배 상자에 널브러진 책들을 정리하는 어머니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그러나 더운 여름, 휴가 때 집콕을 해야 하는 내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자 선물이라고 자처하며 모르는 척!

대학 때도 다 못 외운 히라가나를 외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정 안 되면 일본 여행에서 몇 마디라도 말할 수 있도록 생활 필수 문장이라도 외워볼 생각이다.



나의 관점으로 바라본 추억 나라

세줄일기 앱에서 주문한 세줄일기 양장본. 생각보다 괜찮은 품질에 만족. 택배는 빠르지 않았으나 최선을 다해준 기사님께도 감사드려요.

세줄일기. 일상에서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윤작가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진 찍고 짧은 글을 쓰고. 날짜와 제목이 기록되어 있어 귀엽기도 하고 그 순간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알 수 있는 일기. 소소한 행복거리이다. 가격은 좀 있는 편이지만 호캉스는 못 해도 나만의 일기책은 가져보는 걸로.

어린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아기들이 커가는 육아 일기로 많이 신청한다는데 페북 해킹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휴대전화 속 사진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꼈다. 그래서 그 찰나의 추억들을 기념하고 싶어서 돈은 들었지만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나만의 책을 기꺼이 출간했다. 판매는 못 하지만.




소설 쓰기를 사명이라고 했던. 자신의 생명을 쓰는 것이 곧 사명이라고 하던. 그녀를 기억하며.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이 되어주는 글쓰기


해외여행을 가거나 호캉스 대신 집콕을 하며 도착한 책을 붙잡고 지낼 귀한 휴가는 훌쩍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수업 생각을 안 하고, 업무에서 해방되어 그냥 시간을 보내는 자체가 소중하다.

*"별일이 생기려야 생기기 힘든" 나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글쓰기는 커다란 해방감과 자유로움, 치유를 안겨준다.

가슴이 답답할 때나 안타까울 때,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동요될 때도 글을 쓴다.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한평생 함께 할 것을 다짐하는 혼인 서약서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 아플 때나 괴로울 때. 너무 행복할 때나 벅찰 때도 글을 쓴다.

글쓰기는 무더운 여름,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귀한 바람이다.

무언가를 잘해서라기보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소소하게 꾸준히 일상에서 해나가는 것이 작은 기쁨을 맛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몇백만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것 같은 소중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인의 공모전 응모를 응원하며. 다시 기쁨을 함께 나눌 순간을 고대하며. 세탁기를 바꿀 수 있다는 달콤한 기적을 꿈꿔본다. 우선 꿈부터 꿔야 소원을 이루는 순간에도 가닿을 수 있을 게 아닌가.


* "별일이 생기려야 생기기 힘든" 구절은 김성라 작가의 책, <<쓸쓸했다가 귀여웠다가>>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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