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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Sep 05. 2023

60퍼센트만 채워도 괜찮아요!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백 점이 아니라도 괜찮아


시험 기간 졸리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연신 쏟아내는 아이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책상에 엎드리는 모습. 그래도 공부하기 위해 앉아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간식을 줘도 마다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보통은 사탕을 주면 반짝이는 눈으로 생기가 돈다. 오물거리며 열심히 문제를 푸는 모습이 한결 괜찮아 보인다.

요즘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들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느라 애쓰는 것 같다.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고, 자립하지 않으면 자꾸 치인다. 그럼에도 백 점이 아닌 60점만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60점만 넘으면 똑같이 필기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하나라도 틀리면 큰일이 날 것처럼 불안에 떨면서 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60점만 넘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60퍼센트만 채워졌다고 생각되면 길을 나서 보라."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가 자신의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한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체육 활동에는 소질이 없었던 나는 운전면허 실기도 세 번만에 겨우 붙었다. 강사들에게 감각이 없다는 쓴소리를 들으며, 내 돈 내고 배우러 간 운전 학원에서도 기분 좋은 칭찬은 들을 수가 없었다. 이왕 시작했고 남들 대부분 있는 운전 면허증이니 나도 따야 한다며 큰 결심으로 시작한 일이건만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처음 실기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는데, 포기하기는 아까워서 겨우 용기 내어 도전한 결과는... 합격이었다. 물론 '장롱면허증'이지만 신분증으로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다.


정말 백 점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사람들은 다들 살아가는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다. 누군가는 60%만 채워서 어떻게 이 어렵고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것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내 인생을 보아도 꼭 백 점이 아니어도 기회는 생기고, 먹고살고 있다.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라는 책을 쓴 김정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 정신과가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 강남이라며 행복과 성공은 결코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유함과 정신적 안정은 비례 관계가 아니란 뜻도 있고, 인터넷 기사 속 댓글의 표현처럼 치료받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니 병원을 많이 찾는 반증이기도 하리라.

다른 것은 몰라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분명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생활이 유지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데 반드시 많은 돈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백 점을 맞아야, 서울대를 가야, 스펙이 좋아야만 잘 사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거기에 목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의 모습대로 살아간다. 걸음이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각자의 개성과 신념대로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학원과 주일학교에서 20년 넘게 아이들을 봐 온 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할 때 표정이 밝아지는지 봤다. 성적이 오르면 자존감도 올라가서 아이들 스스로 어깨가 펴지고 당당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공부할 때 조금 고통스러워한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공부가 좋다는 아이를 아직은 못 만났다. 친구랑 게임 이야기할 때. 맛있는 거 먹을 때. 어디 놀러 갈 때. 용돈 받을 때. 외식하거나 친구랑 놀러 갈 때. 그럴 때 아이들은 말이 많아지고 표정이 환해진다.

학부모님들도 시험 성적이 오르면 좋아하신다. 그러나 안 되는 아이를 위해 애쓰는 자체에 고마워하실 때가 많다. 포기하지 않고 보강을 더해주거나, 자신들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거나 할 때 마음을 연다. 아이들도 꼭 백 점이 아니어도 선생님이 자신들의 진로와 고민에 신경을 쓸 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이니까. 결과를 원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인간적으로 다가가서 진심을 보이면 이해할 때가 많았다.


받아쓰기 영 점에서 학력우등상까지


겨우 이름만 한글로 쓸 줄 아는, 7살로 들어간 초등학교. 학교에 가기 싫어, 어머니와 떨어지기 싫어 아침부터 울었고. 억지로 간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조용하고 겁 많은 소녀는 받아쓰기에서 비 내리기 바빴다. 조금 잘 나오면 10점. 어느 날은 무려 30점을 받아서 집으로 뛰어가서 어머니에게 자랑했다.

"엄마, 엄마! 나 30점 받았어요!"

매일 '빵 점'만 받다가 0이 아닌 30이라는 숫자가 적힌 것이 얼마나 기쁘던지.

"아이고, 우리 딸, 잘했네!"

어머니는 30점 받아도 잘했다고 했다. 0점을 받아도 괜찮다고 했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부담 없이 학교에 다니던 2학년인가 3학년 학기 말. 선생님이 따로 부르셨다.

"성적이 많이 올랐네. 90점이다! 이번에 상도 받겠네!"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한 상태로, 눈앞에 보이는 90점이 적힌 시험지. 분명 내 점수였다.


점수에 목매다는 부모님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수업 시간 선생님에게서 눈 떼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만 철저하게 따랐을 뿐인데. 어느 순간 90점이 되었다. 아이들은 백 점이 싫은 게 아니다. 우리는 돈이 싫은 게 아니다. 다만 항상 백 점을 요구하고 그것만이 능력 있는 사람인 양, 사회적 성공이 인간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풍조가 싫은 것이다.


60퍼센트만 채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공모전에 원고를 보낼 때 백 점을 내려고 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것이다. 운동 신경이 둔한 데 단번에 운전면허를 따려고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받아쓰기 0점에게 100점이 왜 안 되냐고 잔소리하고 야단치는 부모를 만났다면 주눅이 들어 공부를 계속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예 부족함을 인정하면 편하다. 나는 0점이니 오늘은 10점만 받아도 잘한 거라고, 내일은 조금 더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편안한가. 운동 신경이 둔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니까 면허를 따긴 땄다. 우선 합격선은 60퍼센트를 향해 다가가는 것부터가 도전의 시작이다. 성공의 지름길이다. 김혜남 선생님 이야기처럼 완벽한 준비는 없다. 완벽한 사람도, 인생도 없다. 우리는 다 불완전하고 부족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소설로 유명한, 태명이 그대로 본명이 된, 이꽃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20대 중반까지 사춘기를 겪었다. 글은 못 쓰는데 작가가 되고 싶어 혼란스러웠다.", "막무가내로 필사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A4 용지 두 장씩 글을 썼어요. 재능이 없었으니까요."                                                                                                                                                 

첫걸음, 무조건 내딛고 나서 고민!

지난 5년 사이 출간된 책이 약 47만 부 팔린 저자가 하는 말 치고는 특별한 비결이 없는 듯 하지만, 가장 큰 비결은 성실함과 노력이다.

그래서 나도 쓴다. 그냥 쓰고 싶으니까 쓴다. 글을 통해 누군가 위로받길 바라며.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힘 내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쓴다.

뒷일은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냥 쓴다. 생각이 떠오르면, 소재가 걸리면 쓴다. 그래야 마음이 시원하다. 뿌듯하다.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나란 인간의 장점 중 하나이니까. 이꽃님 작가처럼 47만 부나 팔리는 글을 쓰자 이러면 절대 못 쓴다. 대신 계속 쓰는 걸 멈추지 말자, 60퍼센트만 채워져도 나가보자는 심정으로 하니 할 수 있다.

첫걸음이 가장 중요하다. 고민 대신 먼저 내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그냥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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