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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Nov 27. 2023

우주 최강 셀럽을 모셔 영광입니다!

소소하고 시시한 것들, 다 모여라!

우주 최강 셀럽, 나의 '원픽'은 그대, 당신, 그래, 바로 당신! 나의 어머니이다!!! ^^

가장 감사한 한 가지


“인생은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서 행복한 게 아니다. 힘든 일이 안 일어나서 행복한 게 아니다. …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다가 죽을지를 분명히 알고 하루하루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며 달려가기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아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 “

- 전대진, <<하나님, 저 잘 살고 있나요?>>


신에게 가장 감사하는 한 가지, 어머니를 주신 것이다. 내게 어머니는 우주 최강 셀럽이자 하늘 그 자체이다. 먼 훗날 어머니가 본향인 천국으로 가시는 날은 하늘이 무너지는 날. 최대의 재난일이자 어머니의 고생이 이 땅에서 마감되는 날이 될 것이다.


사치를 하지 않아도, 타고난 미모와 팔다리 긴 체형 때문에 소화력이 좋은 어머니는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 그런 어머니 패션 센스는 물려받지 못한 탓인지 나는 편한 옷을 주야장천 입어 어머니의 속을 태운다.


월동 준비는 겨울 바지 사는 것


"담 들어간 바지가 있어야 할 텐데... 날씨가 추워져서."

십 대도, 청년도 아닌 딸의 바지 걱정부터 하시는 어머니는 타고난 패션 감각과 코디 실력 덕분에 동안을 뜻하지 않게 뽐내고 있다. 그런데도 자식 걱정이 앞서는 천상 모성애 극치의 어머니 그 자체이다.

지난 9월 시상식 다녀오는 길에 서울 익선동에서 산 모자를 자주 쓰고 다니신다. 딸이 사 온 선물이라 그런 줄 알았더니 염색을 못해 하얀 머리카락을 숨기기 위한 작전이었다. 염색 하나 마음대로 못 하고, 통장에 입금되기 무섭게 가정 경제 보태라고 부치시는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힘든 이 땅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자 중심 에너지이다.


모델처럼 몸매가 좋지 않아 저렴한 옷을 소화하지 못하는 나는 신발과 바지를 고르는데 애를 먹는다. 칼발이라 살이 없고, 뚜벅이라 무조건 편하면서도 다지인을 따지기 때문에 아무 신발이나 신지 못하고 꼭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팔다리는 긴데, 복부 지방이 있어 허리가 너무 졸리면 힘들어하기에 핏을 생각하면서도 편안한 바지를 골라야 한다. 안 보고도 나를 잘 아는 어머니는 옷 가게 가서 한번 쓱 둘러보면 체형에 맞으면서도 디자인이 괜찮은 옷을 찾아낸다.


우주 최강 셀럽


그런 눈썰미 없는 내게는 어머니가 우주 최강 셀럽 그 자체이고, 평생의 코디네이터이다. 어머니가 사주는 가방이나 옷을 보는 친구들이 어디서 샀냐고 물을 정도니까. 대답은 늘 하나다.

"아~, 이거 어머니가 사 온 거라서 잘 몰라..."

비싸다고 자신의 옷은 마다하고 딸을 위한 따뜻한 겨울 바지를 사면 월동 준비 끝! 생전, 최악의 아버지와 최고의 어머니를 만난 나는 인생의 극과 극을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힘이 없어지는 어머니를 바라보면 안쓰럽고 죄송하다. 그러면서도 내 일이 먼저라 당신 편에서 생각하기보다 이기적이고 모자란 사람처럼 내 중심대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바쁘다.


초밥집을 하는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녀의 손에 꼭 초밥이 들려있다. 요즘 들어 부쩍 장사가 안 되어 고민이라는 친구 매상을 올려줄 겸, 평소 비싸서 자주 사 먹지 못하는 초밥을 가족들을 위해 사 오는 어머니. 오늘은 큰 조카 생일이다. 평일은 각자의 일정으로 함께 모이기 힘드니 어제 미리 당겨 초밥으로 만찬을 대신했다. 그동안 학원 수강생 모집이 마음대로 안 되어 고민되는 마음에 <작은 행복 만들기> 꼭지를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겨울 바지,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기분이 좋아져 이 글까지 쓰고 있다.


새로운 스티커 놀이

붕어빵의 절기가 찾아왔다. 막내 조카가 동네에서 세 개에 이천 원 하는 붕어빵을 사 와서 준다. 이천 원의 행복이다!

아이폰 기능 중에 이런 게 있다. 스티커처럼 사진 속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꾹 누르면 저절로 오려져서 붙일 수 있는 기능. 재미있길래 요즘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붕어빵을 오려 카톡 배경 화면에도 붙이고, 어머니가 걷는 모습을 찍어 여기에도 올린다. 나만의 작은 행복 찾기 놀이다.

경기가 안 좋아 그런지 우리 학원도, 어머니 친구 가게도 매상이 팍팍 오르지 않지만. 그래서 때로는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틈도 없이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소소하고 시시한 것들이 작은 행복을 꽉꽉 채워주고 있다. 이런 소소하고 시시한 것들이 모여 행복을 이룬다. 살아갈 힘을 주고, 움츠려든 어깨를 조금씩 펴주는 요인이다.

뭔가 덜커덩, 택배가 온 모양이다. 치과 못 가는 대신 잇몸 유산균을 시켰다. 효과가 있어 행복지수 더욱 상승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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