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
게가 뭐길래
숨 넘어가듯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깨를 샀어, 깨를!"
가방도 놓지 않고, 집에 오자마자 외치는 어머니의 말.
"엄마가 생각나서... 이걸 보니까..."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겠다. 어머니 이야기는 이것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살았던 외할머니는 반찬거리 찾으러 바다에 나가 작은 게를 양동이에 가득 담아왔다. 간장에 짭조름하게 양념한 게 무침은 어린이들이 먹기 어려워서, 젓갈 생 것 대신 볶거나 익혀 양념을 해주셨다.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는 게 무침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외할머니를 떠올리는 반찬 중 하나로 다가온다.
많이 그리웠구나!
그동안 말은 안 해도 어머니는 자신의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나 보다. 그 말을 듣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 큰 딸자식과 손녀와 손주 뒷바라지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아픈 다리로 종종거리며 늘 반찬을 만드는 어머니. 그녀도 누군가에게는 딸이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 자주 잊는다. 나이 들어가는 딸이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커다란 꽃게가 아닌 작은 게를 어디서 구하기도 힘들어 그동안 이 반찬을 만들기 어려웠다며, 식당에서 반찬으로 사용하려던 지인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팔 수 없냐고 사정했단다. 그러고는 외할머니가 살아 돌아온 듯한 목소리로.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들어오는 외할머니를 맞이하듯 온 식구들이 게무침을 놓고 감탄하며 먹었다. 시험 끝난 후 신나게 키보드 두드리는 막내 조카만 빼고...
꽃보다 당신
늘 꽃보다 어여쁜 당신이다. 칠순이 지난 올해도 아픈 다리로 장 보고 손수 재료 다듬어 반찬을 만드느라 부엌에서 떠날 틈이 없는 그녀이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참으로 따뜻한 사람. 천하의 보물보다 더 귀한 사람. 어머니다.
항공샷처럼 의자에 올라가 어플을 써서 하얗게 나오게 설정해서 피부가 뽀얗다. 위에서 찍어 알아서 보정이 되었는지 실물보다 더 늘씬하게 나온 장점도 생겼다.
저녁을 먹고 바로 양치질한 나는 어머니가 새로 무친 오이와 해초류를 맛보지 못했다. 불효녀이다.
"오이는 싱겁고, 이것은 짜고... 어쩌지?"
하는 어머니 말에 이렇게 응수했다.
"그럼 됐네요. 둘이 섞으면 되니까요!"
솔로몬 같은 명판결(?)을 내리고 방에 들어와 이 글을 쓴다.
억지로 하는 것은 싫어요!
어머니 밥상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니 동생은 자신이 가꾼 정원도 쓰라며 거들길래, 사양했다. 누가 시키면 싫다. 이 모든 작업은 창의적 활동이자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 누구든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식은 마음이 거절이다.
놀이는 자신이 좋아 움직이는 것이지, 이렇게 놀아라, 저렇게 놀아라 하면 그게 놀이인가? 아무튼 까다로운 윤 선생이자 윤 작가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하다 못해 일상적이지만 스스로 의미 가득 부여하여 기록을 한다.
일교차 크고 더웠다 바람이 불었다 비가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그 날씨만큼이나 다양한 마음과 사람들. 이 땅에 태어나서 정말 감사한 것은 나르시시스트 아닌 천사를 만나게 해 주신 것. 그 천사가 언제까지 곁에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기울여 이 매거진을 작성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