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밤을 산다.
버젓이 밝은 시간도 나는 사랑하지만
밉고 보기 싫은 밤을
나는 산다.
내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
머릿속을 스치우는 그 말은
기다리느라….
오겠노라 약속한 이 없는데도
그를 기다리느라
나는 오늘도 밤을 살아, 새벽을 살아, 아침을 산다.
'언제쯤 도착하냐'
몇 번을 되뇌도
너는 오지 않는다.
한 번도 오겠노라 이야기 한 적이 없는 이유로.
고시원 복도를 침전하는 거무죽죽한 고요를
시퍼런 새벽 안개로 거부한다.
아직까지 네가 나를 찾지 않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