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 카페에 숨어들었나
제주까지 와서 한다는 게 고작 카페 앉아 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깨어 있는 동안 생각하지 않는 일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거울 앞에 내민 혓바닥처럼.
제주의 명소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하루를 마무리하러 가는 그 카페를 떠올릴 때만 좋았다.
성산일출봉과 사려니숲길과 만장굴과 용눈이오름, 비자림은 의무감이었다.
의무감은 장소의 가치를 흐렸다.
제주에서 얻은 것.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른 그 카페.
카페의 그 자리.
그 자리에서 난생 처음 목격한 무지개의 시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