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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범 Feb 07. 2022

뗏목

시간을 조종할 수 있다면

1.

나는 시간을 조종할 수 없다. 내가 시간을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시간이 어떤 속도로 흐르든 나에게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부유하는 뗏목에 올라탄 듯 그저 시간의 흐름을 즐기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떠내려 갈 뿐이다.


어떤 속도로 떠내려 가든지 내가 할 일은 뗏목이 멈추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일, 바위에 부딪히지 않도록 신경 쓰는 일, 같이 탄 사람이 배고프거나 춥지는 않은지 돌보는 일,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돌아보는 일뿐이다. 목적지 같은 건 정해 본 적이 없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람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목적지가 어딘지 궁금하지 않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늦을까 조급한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2.

속도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뗏목의 부유를 지속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정확한 타이밍에 수행하는 것.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필요한 작업을 해내는 일이야말로 속도보다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치고 나면 다시는 시도조차 없는 일이 많다. 타이밍을 놓치면 내가 가진 이상을 얻을 없을뿐더러 이미 가진 것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많이 가지는 데는 관심이 없지만 이미 가진 것을 바보처럼 잃어버리는 일은 참을 없다. 그래서 인생의 구간마다 찾아오는 어떤 타이밍을 예민하게 주시해야 한다.



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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