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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재범 Aug 03. 2017

내 표정에서는 곰삭은 냄새가 난다

내 표정에서는 곰삭은 냄새가 난다. 얼굴 근육과 근육 사이에 꾸역꾸역 외로움이 끼어 삭아있다. 외로움의 때를 씻어내지 못한 표정에서는 삭은 내가 진동을 한다. 좁은 방에는 외로움의 삭은 내가 견딜 수 없이 역하다. 이유 없이 밖으로 나간다.


먼지처럼 날리는 빗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지도 하늘로 솟구치지도 못하며 방황한다. 거리에는 우산을 쓴 사람이 절반, 쓰지 않은 사람이 절반. 빗방울도 사람도 답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바닥에는 까맣게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뭉근하게 깔려있다. 공기는 맑고 차지만 걸음을 옮길 정당한 이유가 없어 머쓱하다. 목적지가 있는 척 사람 많은 방향으로 걷는다.


목적지가 명확한 사람들 속에서 내뱉는 숨의 길이가 길어진다. 얼굴 근육 사이로 연신 삭은 내를 풍겨대며 알지 못하는 골목으로 도망친다. 깊은 골목에서 혼자 걷는 사람 몇몇을 마주하고서야 동질감으로 안도한다. 그러나 그들 보기가 거울을 보는 듯해서 이내 더 울적해진다. "나는 너희와 다르고 싶다"는 울화가 치밀어 다시 넓은 길로 나온다.


그나마 아는 길로 멀리 걷는다. 목적지 없이 걷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언제까지 움직일지 어디까지 나아갈지 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걸음은 쉽게 지친다. 몇 걸음에 한 번씩 괜히 핸드폰을 꺼내 본다. 나 찾는 사람은 없다. 다시 한번 꺼내 보면, 역시 없다. 그래도 또 한 번 꺼내 본다.


어떤 위로도 얻지 못하고 방에 돌아간다. 방에는 아직도 곰삭은 외로움의 냄새가 역하다. 아무리 환기를 해도 거무죽죽한 냄새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2017년 2월, 신림사거리에서의 외로움을 나는 똑바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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