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⓷] ‘원망’과 ‘앙심’의 차이

by 니지

“한 달 전 불법 촬영 혐의 재판에서 검찰이 9년을 구형하자 피해자를 원망하며 범행을 결심했다”


신당역 역무원 사건에 대해 피의자 전주환의 범행동기라고 경찰이 전한 말이다. 당시 ‘원망’이라는 단어에 이질감을 느꼈다. 당시에는 이질감이 든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이 교수는 21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원망’이라는 단어를 쓴 경찰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경찰에서. 어떻게 원망하고 앙심도 구분을 못합니까? 이건 앙심에 의해서 사망. 그러니까 살해한 거지 정말 의지를 가지고 합리적인 아주 냉철한 이런 판단으로 앙심을 품고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분노했다.


‘원망’의 사전적 정의는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함‘이다. 전주환의 말에 따르면 전주환은 피해자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불평하고 피해자를 미워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건의 이유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원망’이라는 단어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 2018년부터 쫓아다녔는데 (피해자가) 카메라 등 촬영죄로 신고했고 이후에 스토킹으로 또 신고하고. 2018년도부터 2022년 그 사이에 있었던 모든 것을 앙심을 가지고 대응을 했는데 그걸 갑자기 재판과 연관된 원망만으로 축소해서 지금 동기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경찰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원망’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피의자의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의자의 자기 방어적 진술을 그대로 언론에 브리핑하는 현재의 브리핑의 방식이 올바른 건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사회 문화적으로 스토킹에 대한 오인이 있지 않냐. 이걸 구애행위의 연장선으로 보는 분들이 있다. 그런 잘못된 관념을 더 촉진하는 식의 동기인 거 아니냐”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피해자가 전주환에게 미움을 살 만한 행동, 즉 원망을 가질만 한 행동을 했는가. 그렇지 않다. 피해자는 그의 스토킹에 지치고 힘들어 하다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됐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원망’이라는 단어로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봐야할 사건을, 피의자 전주환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해도 적어도 경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었던 사건을, 피해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단어 하나로 뭐 그런 논란을 만드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어 하나로 인해 피해자는 물론 그의 가족은 평생 억울함을 가지고 살지도 모른다.

0000697674_001_20220920061115784.jpg 신당역 사건 피의자 전주환(31)/ 서울경찰청 제공

한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은 지난 14일 서울시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과 스토킹으로 고소당한 전주환이 역무원인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다. 2018년 피해자와 함께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전주환은 2019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350여 건의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피해자에게 만남을 강요, 피해자의 영상 등을 유포하고 협박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7일 전주환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전주환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올해 2월까지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만남을 요구했다.


올해 1월 27일 피해자는 전주환을 같은 혐의로 고소했고, 8월 18일 검찰은 전주환에게 징역 9월을 구형했다. 이후 지난 14일 전주환은 신당역에서 순찰 중인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후 19일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피의자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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