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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Dec 05. 2022

눈이 오는 날은 열차가 멈출까

독일의 열차 DB

독일인들 사이에서 항상 노골적인 비난, 혹은 냉소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독일 열차 (Deutsche Bahn, 줄여서 DB)이다. 별일도 아닌 일에 툭하면 멈추고, 지연되고 취소되는 우리의 독일 열차. 바로 어제는 10분이면 올 거리를 열차 지연으로 1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왔다. 어제는 춥긴 했지만 비도, 눈도 오지 않았는데.. 요즘 그냥 열차 지연은 아주 자연스럽다. 사실 이건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눈이 펑펑 온다. 이런 날에 출근을 해야 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남편은 우리 집에서 한 시간 S반 (기차)을 타고 가야 하는 뒤셀도르프에서 일을 하는데 이런 날은 오늘 안에 남편이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재작년 이맘때쯤 독일에 일주일 정도 눈이 펑펑 쌓였던 적이 있다. 눈이 오던 첫날부터 열차, 트램, 버스 등등의 모든 대중교통이 끊겼고 덕분에 뒤셀도르프에서 출발한 내 룸메이트는 우리 동네 중앙역에서 우리 집까지 두 시간을 걸어 집에 왔다.


재작년 여름에는 내가 본에 있는 대한민국 영사관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날 마침 NRW 주에 홍수가 났다. 가긴 어찌해서 갔는데 돌아오는 길이 막혔다. 영사관 약속은 다시 잡으려면 한 달은 기다려야 했기에 그냥 간 건데 어째 그 전날 오던 비가 안 좋은 징조처럼 느껴지더니 그런 일이 생긴 거다. 본에서 우리 집까지 택시를 타면 삼십만 원은 족히 나올 것 같았다. 일단 U반(전철)을 타고 쾰른까지 와서 또 기다렸다가 아무거나 운영하는 기차를 잡아탔다. 레버쿠젠까지 가더니 갑자기 여기가 종점이라고 했다. 아니 그럼 집에 어떻게 가지. 그땐 나의 독일어가 더 형편없었고 길도 잘 몰라 결국은 우버를 잡아탔다. 30분을 갈 거리를 꽉 막힌 도로 위에서 3시간을 걸려 집에 갔다.


지난여름은 또 어떤가. 6월부터 8월까지 독일 정부는 9유로 티켓 정책을 시행했다. 9유로 티켓은 에너지 위기와 유가 급등에 대한 조처로 만들어진 정책으로, 독일 교통수단 (ICE, IC, EC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한 달 9유로로 탈 수 있는 티켓이었다. 대중교통비용이 비싼 독일에서는 정말 획기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기차와 인력은 늘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 매일매일 열차 안에 낑겨타고 툭하면 열차 지연, 취소가 잇다랐다.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독일 열차 호되게 겪고 간 E


그럼에도 내가 도이치반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환경 보호도 물론 이유 중 하나이지만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내가 받는 혜택 때문이다. 바로 Semester ticket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이건 우리 학교가 있는 주 내에서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일종의 교통티켓이고 평일 오후 7시 이후와 주말엔 친구도 하나 달고 탈 수 있다.


또 하나는 독일 대중교통은 강아지와 함께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생활 3년 차인 나의 강아지들은 이제 이곳에서 버스, 트램, 기차를 타는데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처음엔 떨고 짖고, 별 짓을 다 했는데 이제는 얌전히 엎드려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큰 장점이다. 우린 어디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기차만 타면 순한양이 되는 노아


독일 기차가 늦는 이유는 뭘까. 구글에 물어보니 이미 독일 유명한 채널인 ZDF도 취재를 마쳤다. 바로 선로 공사, 노후된 기차선로와 지리적으로 중앙에 있는 독일 위치 특성 때문이란다. 지난 7월에는 심지어 장거리 기차 5대 중 2대가 연착되었다. 연착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기차선로 공사를 통한 선로 개선이란다. 그 말인즉슨 앞으로도 도이치반은 계속 연착될 거라는 거.


https://www.zdf.de/nachrichten/wirtschaft/bahn-zug-verspaetung-100.html


그렇지만  내일  애증의 도이치반을 타러 집을 나설 테다. 그리고 우선 오늘은 눈이 오고 있지만 뒤셀도르프에서 기차를 타고오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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