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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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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Sep 06. 2023

기록의감정

기록이 없다는 건 감정의 기복이 없다는 반증?

  

 8년 가까이 써오고 있는 퇴사록이다. 직장이라는 곳을 완전히 그만두려 할 때의 폭풍같은 감정은 나 자신이 온전히 감당하기엔 버거웠기에 어딘가로 배출해야했다. 그것이 퇴사의 기록, 퇴사록이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23개의 글들, 뒤돌아보면 감정의 상태에 따라 기록의 기복이 있었다. 내리막을 가다 오르기 시작하려는 그 지점에서 혹은 그 반대의 지점에서 무언가를 써내려갔던 것 같다. 따라서 8년의 시간 중, 기록이 없던 때는 그 기복이 없이 완만한 길을 걷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9월, 완전한 퇴사를 하고  직업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이루어낸 날이다. 직장을 완전히 떠난 3, 이제서야 회사란 말에 어색함을 느끼며 새장 밖의 직업인이  기분이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오백원 동전만한 원형탈모의 여독 또한 3년차에 들어섰을  풀렸다. 직장인 시절에는 평일과 휴일로써 나의 날들을 규정했지만, 지금은 수업이 있는 날과 없는 날들로 나의 시간들을 채워가고 있다. 오피스를 쉐어하며 타인의 공간에서 코딩과외를 하다가 올해 초부터 12평짜리 공간을 임대하며 나의 공간에서 코딩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스헤브닝겐 해변 @2015 네덜란드


  시키는 일만 하던 사람이 스스로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배움의 과정과도 같다. 모르던 것이 많다는 것도 알게되고 자영업자의 초조함 또한 떼어놓을 수 없으며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현재 수강생들은 매우 매우 완만한 곡선으로 상승 중이며 20여명이 등록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40여명은 금방 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자만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며 양평읍에서의 홍보의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것 또한 받아들였다. 곡선이 완만하더라도 하강이 아닌 상승방향을 향해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일주일에 3일 수,목,금, 하루 5시간여의 수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감사하다.


 요즘의 삶은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아 퇴사록에도 배출해야할 소회들이 많지 않았고 그로 인해 기록은 잠정 휴업상태였다. 예전처럼 기록이 많지 않아도 지금처럼 감정의 기복이 완만하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도보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으면 체력이 소모되듯 감정 또한 오르막, 내리막에 에너지가 적지 않게 소모되기 때문이다. 감정의 기복이 클 경우에만 일어나는 기록의 감정들을 잠재우고, 완만한 나의 일상에서도 기록의 감정들이 일어나도록 노력해야겠다.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것 중, 극단적인 기복은 극히 일부일 것이고, 완만한 일상이 대부분일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완만한 일상에도 잘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는 의미들이 수두룩할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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