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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Nov 20. 2023

이어달리기를 하듯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내년을 기다린다

적게 벌어도 여행을 다닐 수 있다




5박 6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해 이맘때쯤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올해도 다녀온 것이다. 매년 해외여행을 계획하기란 쉽지 않지만, 아내가 항암 및 수술을 잘 마친것과 그 결과가 0기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녀오게 되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좋던 나쁘던 여행이라는 선택지는 항상 옳다. 오직 여행지에서 구경하고 사고 먹고 노는 일에만 몰두 할 수 있다. 단 며칠동안의 호위호식으로 몇 달 동안의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동안 머물며 지내야 할 바로 이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5박 6일정도의 바깥생활이면 집을 그리워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여행 후 결이고운가에 도착했을 때의 한적함,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을때의 내음새, 그리운 이를 만난것과 같은 이 기분은 1년에 딱 한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다.


베트남이라는 여행 선택지의 핵심은 가성비다. 베트남도 물가가 매년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가성비의 끝판왕이다. 작년 여행때는 3명의 항공권 비용으로 70만원정도 지불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100만원정도를 지불했다. 직장인의 월급을 제외하고 전세계의 모든것이 오르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물가로 인해 깔끔하고 좋은 리조트에서 먹고 싶은거 다 먹고 다녔는데도 5박6일 3인 총비용 250만원을 사용했다. 외식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1년동안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작년에는 다낭과 호이안에서 머물렀지만 올해는 오롯이 호이안에서만 지냈다. 작년 호이안에서의 짧은 이틀이 아쉬웠던 기억때문이었다. 호이안에는 1500년경에 해상무역으로 형성된 고대도시가 있다. 올드타운이라고 불리우는 이곳은 중국 및 일본의 문화들이 유입되어 건축양식과 식문화가 많은 영향을 받은 곳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건축물들이 촘촘히 들어서있어 운치있는 골목들을 만들어냈다. 호객상인들이 1분이 멀다하며 말을 거는 곳이지만, 이마저도 용서가 되는 멋진 곳이다. 구경하다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 곳으로 홀리 듯 들어가더라도 부담없이 돈을 내고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서기 3년을 넘어섰다. 여전히 직장에서의 수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수입이 들어오지 않으면 여행도 그 무엇도 계획할 수 없을 것처럼 두려웠었고 직장에서의 고정급여에 맞추어진 생활관성을 벗어나기 힘들것으로 생각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불규칙적인 적은 수입이더라도 그에 맞는 생활리듬을 갖게되고 아껴살며 작은 구멍들을 메워가며 살게된다. 비관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으며 먼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게 혹은 더 좋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시절에는 얻지못했던 큰 것들을 얻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시간이다. 주 4일동안 코딩클래스를 진행하고, 오후 4시부터 저녁10시까지 수업하기 때문에 생활에 여유가 있다. 아내와의 대화도 즐겁고 집안 일도 도울 수 있어 좋다. 불필요한 지출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외식도 줄여 여행비용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성이 생기면 남은 인생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영국여행을 계획중에 있다. 해리포터를 매우 좋아하는 결군과 함께 해리포터 박물관을 가볼 예정이다. 결군은 영국여행을 위해 필리핀 선생님과 매주 화상영어를 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한 목적이 있는 화상영어라서 꿋꿋이 앉아 선생님과 대화한다.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이번 영국여행은 결군이 원하는 곳을 향하는 의미있는 여행이 될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가족은 이어달리기를 하듯 끝나지 않은 달리기를 계속하는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내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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