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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협력 직업인 May 13. 2024

독재정권은 (옳은 소리하는) 대학을 탄압한다.

국립대학 운영비 예산을 안 주면 어떡합니까

남미의 여러 나라는 독재정권의 이슈를 빼놓고 논의하기가 어려운데, 대표적인 국가로는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나 니카라과(다니엘 오르테가)가 있다. 두 국가 모두 20년 이상의 장기독재 그리고 경제상황이 매우 안좋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내가 주재하고 있는 국가는 독재의 초입에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일종의 유신헌법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현 대통령 연임을 정당화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며 올해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외국인으로서 독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개인적으로 업무를 하며 우려되는 점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1. 정부 고위급 주요 요직에 너무나 젊은 친족들이 앉아있다.


우리나라도 그랬으려나, 현 대통령과 영부인실의 가까운 친척들이 정부 고위급으로 다들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너무 기분이 이상했던 한 공식 회의가 있는데, 부처에서 실무자부터 시작하여 20년 넘게 재직하고 계신 차관님께서 영부인실 소속의 20대 초반의 친족(으로 예상되는)에게 너무나 예를 다하며, 보고를 하는 장면이었다. 일단 한국에서 공적 체계에서 그런 광경을 보기가 더 힘들어서 낯설어보인 것도 있지만(대기업 사원입사 후 임원다신 분들이 재벌 3세에게 쩔쩔매는 격), 그 20대 초반의 친족분은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무지해 보였다. 회의에 참여한다고 샵에 가서 받은듯한 화장과 정돈된 머릿결은 그게 예뻐보이고 매력적이어보이는게 아니라, 전혀 반대였다. 정말 이 나라 이렇게 가도되는가 하는 외국인으로서의 걱정과 우려가 컸다.. 친족은 아니지만 며칠 전 만난 이 나라 교육부 고위관료도 생각나는데, 정말 표현이 좀 그렇지만 건달같기도 하고.. 공무원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2.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대학에 대한 탄압이 만연하다.


친족주의 인사와 더불어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정권의 대학에 대한 탄압이다. 대표적으로 국립대학에 필요한 운영 예산을 수년째 주지 않고 있고, 국립대학의 주요 건물들을 정부가 무단 점거했다. 국립대학을 정부가 처음에 점거한 방식도 굉장히 양아치스러운데, 처음에는 정부가 대학 건물을 국제 스포츠 행사의 기숙사 형태로 쓰겠다고 대여 한 뒤 정당한 절차 없이 나가지 않고 있다. 국립대학 운영 예산 같은 부분도 법적으로 모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인데 안 준다. 너무 황당한 노릇아닌가. 


찾아보니 과거 우리나라 독재정권도 서울대와 같은 국립대학에 학원 사찰이 매우 심했다고 한다. 정보기관의 사찰, 학사행정 개입, 유신 반대 학생은 강제징집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프락치로 활동하면 장학금을 준다던지 하는, 그 당시에 국립대학 예산은 교부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나의 부모님은 당시 독재정권 하에서 두분 다 학생운동을 하셨었다. 내가 주로 정부와 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그래도 많이 듣다보니, 독재정권이 가진 권력과 힘이 너무 무서운데 어떻게 부모님은 학생운동을 그 당시에 하셨었던 건지..      


업무적으로 국립대 총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정부의 예산 미교부로 이제 운영 예산이 정말 없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재택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일부 교직원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국립대학에 방문했던 잠깐 동안에도 해당 사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학내 회의, 정부 관계자 간 회의에 불려다니던 학내 지도부들의 모습이 왠지 우리나라의 예전과 겹쳐보였다. 


독재의 초입에서, 앞으로 어떻게 이 나라가 흘러갈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학의 운영비 이슈만큼은 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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