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발협력분야에서 일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세이브더칠드런(국제 NGO) 급여에 관한 블라인드 글을 공유받았다.
1주일 전 글인데, 10년차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면 연봉이 얼만지 물어보는 글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 소속직원이 단 댓글에는 10년차 연봉 5천만원이 안된다고 한다. 문제는 댓글이었는데, 친구가 상처받았던 댓글을 소개해본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급여가 낮아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왜 그러지(하나증권 재직자)”
“기부금 갖고 운영하는 단체인데 연봉 1억씩 돼바라 누가 기부하겠노(삼성화재 재직자)”
아마 하나증권 재직자님, 삼성화재 재직자님께서 단편적으로 써놓으신 댓글에 생략된 마음은, 내가 기부한 금액의 최대한 많은 비중이 개발도상국의 힘든 이들에게 갔으면 하는 따듯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지난 십년간 국제개발 이슈에 대한 개인 후원금이 많이 상승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간 꼭 국제개발협력 NGO가 아니더라도 일반 NGO 단체들의 후원금 횡령이나 후원금 사적 용도 활용 사건들이 종종 있었고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문제는 극소수의 기관이 저지른 횡령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전반적인 NGO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한편 비영리 섹터 노동자들의 처우와 낮은 연봉에 대한 글들은 많지만, 그 대안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가 않는다. 조사나 연구는 많지만, 실천이 어디에 있는지 가끔 답답하다. 개발협력 NGO 종사자들도 답을 알고 있지만 못하는 이유가 있다. NGO의 주요 펀딩의 상당 부문은 개인 후원인데, 위 하나증권, 삼성화재 재직자처럼 생각하는 개인 후원자들이 대부분이기에 인건비를 올리는 건 NGO입장에서는 자칫 후원을 대폭 잃을 수 있는 너무 큰 리스크일테다. NGO의 불안한 고용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는 개발협력 분야에도 큰 도움이 안된다. 그러다보니 NGO에서 중견 정도 되는 과장, 대리급이 버티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고 기관 차원에서도, 개발협력 사업의 능률과 성과 측면에서도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꼭 NGO에서 일하는 사람만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감히 몇가지 대안을 말해보고 싶다.
1. 개발협력NGO 활동가들이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협동조합 설립이 필요
- 직접적인 인건비를 올리는 것이 아직까지 한계가 있기에, 비간접적으로 재정적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활동가들이 주도로 만드는 신용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이 자금을 건전하게 운용해줄 수 있는 대리인이 필요해보인다. 사실 이런 조직의 설립을 발전대안 피다나 KCOC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 저리(2~3%대)로 2000만원정도의 신용대출만 받아도 사실 보증금을 비롯해 서울에서의 (대부분의 개발NGO들은 서울에 위치하기에) 삶의 질이 어느정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선의의 기업 후원자들에게 이에 대한 출자금의 필요성을 설득해보는 것도 출자금 규모 제고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2. NGO 활동가들의 겸직과 영리활동 허용
월급을 올려주기가 힘들다면, 근무시간 외 겸직과 영리활동을 자유롭게 허용해주는 방향도 필요하다. 이런 고용형태로 운영하는 곳을 3군데 정도 알고 있는데, 두 기관은 근무시간(9시~6시) 외 프리랜서 형태의 고용을 완전 허용한다. 또다른 기관은 꼭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도 없이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그때그때 바뀌고, 근무시간(9시~6시) 내에도 다른 일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일 뿐만 아니라 개발협력 개별 전문가(예비조사, 기획조사 등) 형태의 계약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게 되어 NGO 활동가들의 전문성과 부가수입이 모두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글을 마무리하며, NGO에 후원하는 개인후원자들에게 팩트체크를 해주고 싶은 게 두가지 있다(비장).
1. 우리나라 NGO 후원금 총액 대비 인건비는 진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개발협력 NGO이기도 한 굿네이버스 결산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정기납부회비 총액이 135,305,999,256원이고 기관이 외부(국가, 민간재단 등)에서 조달한 예산을 포함한 금액은 220,416,011,711원이다.
반면 UN기구의 경우, 구체적인 기구명은 밝히기가 어렵지만 국가단위로부터 받은 기여금(일종의 후원금)의 최소 5%에서 최대 30%까지도 인건비로만 지출되는 기구도 있다.
개발협력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UN기구 “국가사무소”와 NGO들이 개발협력 현장에서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예산의 규모와 휴가일수만 좀 다르려나 ㅋ)
2. 개발협력 NGO 내부적으로도, 후원의 투명성과 결과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층적 노력을 진행 중이다.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자발적” 협의체인 KCOC에서 2022년부터 NGO 책무성 자가진단 가이드를 배포하고 그 결과도 발표하고 있다. 회계 투명성 문제에 대한 공감대와 그 중요성을 반영한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자구적인 개선책이며, 책무성 진단에 참여한 개발협력 NGO 리스트도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런 기관일수록 더 후원해야 하는 것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