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삶 속의 꿈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정체불명의 한 소녀가 있다. 버려진 집에서 살고, 이름 하나 말곤 아는 게 없는 아이다. 영화는 결코 그 아이의 출생이나 아이가 그러한 삶을 살게 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종로빈대떡 집을 지나다가 치우지 않은 전들을 주어먹는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아이는 동네를 돌아다니다 탭댄스 학원을 지난다. 그 순간은 그녀에게 모진 삶 속의 꿈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영화 《스틸 플라워》는 영문모를 소녀의 삶 속에서 꿈이라는 씨앗이 심기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고난과 역경이라는 날 것의 현실을 통해 그려낸다. 우리가 말하는 현실의 고난들, 말하자면 돈이나 돈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국가사회에서 이뤄지는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족 자체가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는 누구인지, 연락처 또한 없는 그녀에게는 동네 세탁소 알바 자리도 사치다.
어쩌다 전단지 나눠주는 여자에게 속고 돈을 못 받고 일하기도 하고, 미친 여자 취급받으며 신고당하기도 한다. 그녀는 단지 일을 하고 싶었고, 살고 싶었다. 소녀의 절박한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숙연해지게 만든다. 어쩌다 일을 하게 된 종로빈대떡 집에서 한 여자에 머리 끌려 나올 때의 모습을 보면서,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과 주변인들의 시선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소녀는 일하고 싶다고 절규한다. 소녀는 결국 밖으로 끌려 나오고, 이름 모를 여인에게 침을 맡고 온갖 모욕을 당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녀를 보면서, 이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 단독적으로 존재하기가 어려운 환경을 볼 수 있다. 여성이기에 몸 파는 년이라는 욕을 듣고, 여성이기에 타인에게 성적 대상화를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아무런 스펙 없이 스스로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 속의 어둡고 침침한 도시 속 거리를 거니는 소녀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영화 끝자락의 바다를 향한 그녀의 혼신의 춤은 거친 파도에 부딪히고, 흔들린다.
그럼에도 그녀의 춤은 멈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일의 세상은 달라지지 않겠지.
그럼에도 그녀의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