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구워지는 중입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궁금했던 토스트 전문점엘 다녀왔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이사오고 1년이 지나서야…
다양한 오픈 토스트를 파는 곳이었는데 처음 나온 완두콩 크림이 올라간 오픈 토스트가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별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던 차에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운 흥분이었다.
이렇게 토스트 메뉴만 파는 카페는 이삭토스트나 석봉토스트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나만 알고 싶을 곳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구석구석 구경하기 바빴는데 앉은 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작은 오븐 하나가 유난히 따뜻한 주황빛의 열기와 함께 빵을 구워내고 있었다.
오븐 속에서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빵을 보고 있자니 저 오븐 속 빵이 곧 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시시콜콜한 상념에 잠깐 발을 담궜다가 함께 온 언니와 토스트 4개를 연달아 클리어 하고는 다음엔 오늘 먹지 못한 메뉴를 꼭 먹어보리라 다짐하며 일어섰다.
뽀송뽀송 갓 나온 빵은 자리에서 바로 뜯어먹는 것도 맛있지만 노릇 노릇 구워서 버터를 발라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면 내 삶도 맛있게 구워지는 중인 게 아닐까?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물나는 사건들이 짭쪼롬한 가염버터가 되어 겹겹이 내 인생에 발려지는 게 이전보다 멋진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됐다.
1%의 가능성도 예측하지 못했던 큰 사건을 만나고,
생각지도 않았던 길에 접어들어 어딘가로 향해 가는 과정에서 적어보는 글이다.
그래, 내 삶은 오븐 속에서 구워지는 중이다.
더 맛있게, 더 멋있게.
서촌에 위치한 토스트 카페 <세이지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