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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Nov 26. 2023

고객이라 해도 예쁘게 말하면 좋지 않은가

원하는 걸 얻어내는 방법


그러면 호구 잡힌다고 하나?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를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원하는 바를 얻어낼 때에도 친절한 말하기를 하면 호구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아직 세상을 덜 살아서, 혹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예쁘게 말하고 얻은 결과는 내 마음에 제일 유익함을 경험했다. 알지 않은가? 화 같은 강한 감정으로 표출하면 더더욱 타올라 나를 집어삼킨다는 것을.


과거에 소비자 피해보상을 신청할만한 일을 겪을 때에 확실히 깨달았다. 옳게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없다. 단호하게 옳게 말할수록 업체는 방어하고 그럴수록 내 감정은 못마땅함이 극으로 커져서 ‘내 옳음을 증명해 달라’고 소리치느라 스트레스에 잠식되기 쉬워진다.


최근에도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상황에서 업체는 원하지 않으나 나는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프로필용 헤어메이크업을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업체의 딱딱한 말투와 추구하는 컨셉이 다름과 무엇보다 계약금입금을 닦달하는 모습 때문에 취소하고 싶어졌다. 사전에 환불이 안된다는 공지가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를 들던지 환불이 불가할 거 같았다. 그렇다고 비싼 금액을 들여 불편감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굳이 이야기를 하자니, 환불이 안되어 결국 그 업체를 가야 할 때 더 불편해질 상황도 예상되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들에게 솔직히 양해를 구하고 취소한 뒤 충분히 고민할 시간도 가지고 내게 맞는 업체를 찾아보는 거였다. 다른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았다. 그리하여 “이런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저로 인해 예약고객을 놓친 게 아니라면 환불가능할까요? 좀 더 여유 가지고 결정하고 싶은데 샵에 폐 될까 봐 우선 환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의사를 전달했다. 문자를 보내놓고 ‘잘했다’ 싶다가도 ‘괜히 말했다, 어쩌자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여기까지 나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마치 내가 호구 잡혔을 거라 생각한 듯이 “그렇게 연락하기 전에 나한테 얘기하지,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했네, 네가 왜 그 사람 상황을 배려해? 당연히 취소 안 하려고 손님 놓쳤다고 하겠지 “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내가 불필요하게 상대를 배려한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취소하는 고객이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도 ‘그렇군요! 이미 계약한 거니까 예쁘게 잘 부탁드릴게요’하면서 기분 좋게 말할 각오였다.  ‘프로필 촬영 날짜가 바뀌었어요’, ‘그날 어려울 거 같아요 ‘  등 뻔한 이유가 아니라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업체는 예상과 다르게 계좌를 물었고 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업체에서 유쾌하진 않았겠지만, 그 연락 가운데 누구도 비난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게다가 원하는 결과까지 받았으니 감사를 표하기도 쉬웠다. 만약 그 친구의 말대로 ‘그날 못 하니까 환불해 주세요’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누군가는 불쾌한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나의 입장에선 촉구하는 바가 꺾여서 괜한 반감이 들 수도 있고 그런 상태로 서비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것에 불편 혹은 불신이 들 수도 있다. 업체 입장에선 웬 이기적인 손님 때문에 다른 손님을 날렸다는 억측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YES or NO 상관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업체도 찾아보고 그들의 채널에 문의를 남겨두었다. 저렴하진 않았지만 친절하고 내가 원하는 컨셉 경험이 있는 곳이었다. 원하는 시간에 예약할 수 있다는 것까지 확인했을 땐 현재 업체의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서 좀 전의 업체에 예약금을 보낸 뒤였다. 그래서 마냥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답변 감사합니다. 오래 못 기다리고 다른 곳 예약금 보내놓은 상황이라 그거 정리되면 예약할게요!” 어중간하게 있는 거보다 상황을 알려주고 싶었다. 전 업체로부터 환불받기 전까지 조금 더 알아보고 나서 새로운 곳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업체에서 받을 헤어메이크업이 기대되지만 저렴하지 않았던 만큼 할인이나 이벤트가 있는지 물으며 말했다. “여기서 하고 싶어서 옮긴만큼 할인되면 더 기쁠 거 같아서 여쭤봤어요ㅎㅎ“ 속보이지만 귀엽게. 이것 또한 YES or NO 상관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그러자 담당자는 헤어메이크업에는 할인과 이벤트가 없다고 했지만 옮겨준 만큼 크진 않더라도 할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더불어 “최선을 다해 예쁘게 해 드리겠다”는 말과 관련 경험을 언급하였다. 실은 할인 여부와 상관없이 기대와 신뢰를 주는 말들이 나의 맘을 기쁘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를 나눴다.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말이 아니라 서로가 원할 법한 예쁜 말이었다. 업무 혹은 문의조차도 대화가 된다니.



남의 반응에 쉽게 기분이 영향을 받는 사람으로서, 강하게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보다 스스로와 상대를 배려하며 말하는 게 속이 훨씬 편안하다. 여기서 핵심은 나 자신도 배려한다는 것이다. 비굴한 게 아니라 나의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것.


친절히 말해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이었다. 누군가에겐 그러면 호구 잡힐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친절한 사람으로 세상에 남아보고자 한다. 마땅히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세상에서 예쁜 말하기를 하는 것은 조금 더 평안한 삶을 만들 거라 기대한다. 이러한 말하기를 통해 내 마음에 있어서 손해 보는 건 없다. 오히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뿐이다.


적당히 내비치되 솔직한 말하기, 배려하되 요점을 전달하는 말하기가 중요하다. 딱 작년 이맘때 베이킹클래스에서 원하는 바를 말 못 해 서글픈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일 년 사이 성장했다. 이 사실을 직시하니 더욱 감격스럽다.


예쁘게 나와 상대를 배려하여 말해보자.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시편 3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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