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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May 08. 2023

거주는 별 거니까

퇴사하고 싶은 이유, 관사



그렇다. 퇴사하고 싶다. 안정적이지 않아서.

잘릴 일 없고 월급도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이지만 나는 안정감을 잃었다.


그 시작은 3월 1일 자 발령부터다.

3월 2일부터 근무인데 1일부터 입주가능하다고 연락을 받아 하루 만에 이사를 완료했다. 하루에 하는 이사가 꽤 힘들었지만 원하던 1인실을 쾌적하게 쓰게 되었으니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고 바로 다음날, 지금 쓰고 있는 관사가 객실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당시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를 일이었고, 내가 나가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당장 어제 들어왔는걸?'


한 주, 두 주가 지나니 본원에서 예산이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객실이 되는 만큼 줄어드는 관사를 외부에 구할 예산. 충분한 금액은 아니라서 총 8개의 관사 중 2개를 뺀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때만 해도 '언제 나갈지는 모른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외부 관사 계약이 끝났고, 그곳에 나가는 사람이 나라고.

 '...?'

의문 투성이었다. 많은 것이 생략된 듯했고, 내가 당사자인데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다려보았다.


또 한 주가 지났다. 이미 결정된 듯이 팀장과 원장은 이야기하는데 담당자가 내게 와서는 의사를 묻는다. 외부 관사로 나가고 싶냐고. "알아서 하세요. 제 의견이 중요한가요?" 했을 때 그는 "에이, 말해주세요, 51:49 중에 51이 뭐예요?"라고 말했다. 나는 됐다고, 알아서 하라고 했으나 집요하게 묻는 그에게 딱 잘라 말했다.

"안(내부관사)이요."


의견을 물은지 1~2주가 지나 담당자가 내게 와 말했다. "외부 관사 쓰는 걸로 결정됐고, 2인실이고, 000 대리랑 쓰면 돼요." 할 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데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이렇게 될 거였나, 근데 왜 갑자기 2인실? 나는 1인실 추첨을 통해 들어온 건데...' 옆 방 쓰는 직원은 2인실을 쓰다가 1인실로 배정이 되었다. 그것보다 중간에 많은 것이 생략된 듯했다. 양해와 양해와 양해 같은 것.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자를 찾아가 이야기했다. 이럴 거면 의견조회는 왜 한 것이며, 내부관사를 쓰는 8명의 직원이 전부 내부에 있고 싶다고 말했으면 그중에서 나갈 사람을 정해야지 그런 단계가 없이 왜 내가 나가냐고. 그는 '팀장님이 그러라 했다. 바꾸지 않으실 거'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런 그에게 강하게 말했다.

"이건 불공평해"


추후에 들은 이야기로, 담당자는 팀장에게 누군가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고, 팀장은 '누구를 위한 공평'이냐며 객실로 바뀔 관사를 쓰는 직원이 나가는 게 '깔끔하다'라고 했단다. 그 말에 더 열이 받았다. 담당자도 그 팀장도 내부 관사를 쓰니까, 자신들이 혹여라도 나가고 싶지 않으니까 그랬을까?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내 불안정함을 깨려면 먼저 물어봐야 했다. "그래, 그러면 언제 나가야 하는데?" "음, 이번주?"라는 기가 차는 답이 돌아온다. "계속 프로그램 운영하는데 어떻게 이사를 해" "5월 1일도 쉬고 5일도 쉬고 6일도 있으니까 이때까지 빼줘"

"왜 당연히 쉬는 날에 내 시간 들여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이사를 해야 해? 심지어 나 빨간 날 근무해, 출장 쓰게 해 줘"라는 당당한 요구에 그는 안될 거라고 답했다.


그 뒤로 꼬여버렸다. 나와 같이 살게 될 거라는 여자 대리가 신나 하며 그 팀장과 관사 이야기를 할 때면 짜증이 났다. "방 선택은 어떻게 하지? 가위바위보하나? 관리비는 면적에 따라 내야겠지? 에어컨은 필요한데" 등등 나와할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히히덕거리는 것부터 화가 났다. 이제 막 쓰던 관사를 2달 만에 나가야 하는 상황과 납득되지 않는 선출 과정과 충분하지 않은 설명에 굉장히 분노가 쌓였다.


이후로도 그 대리는 나를 마주할 때면 생활습성을 캐묻곤 했다. 어느 날은 내가 에어프라이어를 갖고 있음을 알고는 자기 거는 버리겠단다. 설마 내 거 쓰겠다는 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하는 건가 싶으면서 "밥 먹고 나서는 향초를 키워라, 자기가 요즘 힙합에 빠져서 노래 좀 틀겠다" 등 알고 싶지 않고 간섭받고 싶지 않은 것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참다못해 팀장에게 이야기했다. 외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인 줄은 알겠고 누군가 나가야 하면 내가 다른 직원을 위해 나갈 의향도 있다고, 다만 그 과정에서 설명과 양해를 구하지 않는 것에 마음이 상했다고 말이다. 그러고 나서 팀장과 담당자는 고민하다가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나타났다. 회사 내 휴게공간에서 당분간 지내는 방안. 대신에 외부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여러 가지 단점을 덧붙여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것도 선택하기 싫은 대안을 가지고 와서 내게 선택권을 주었다. ‘보직자는 바꾸지 않을 거’라며 시도하지 않으려는 이에게 어떠한 시사가 되면 좋겠다. 불편함이라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담당자와 팀장이랑 이야기하며 계속 강조한 것은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이었다. 그럼에도 대안을 제시했으니 내 상황을 이해한 것인가 싶어서 감사했다. 더 나은 안이 아니라 덜 나쁜 걸 골라내야 하는 상황이어도 이해받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던 중, 담당자는 나에게 불 지피는 행동을 했다. 나를 제외하고 외부관사에 살 직원들을 데리고 관사를 보고 온 것이다. 그 사실조차 나는 우연히, 또 우연히 다른 직원 간에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들었다.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또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상황에서 제외되었다.


무엇하나 내 마음을 위로하거나 먼저 이해하는 경우는 없었다. 남에겐 그저 업무였고 나에겐 생활이었다. 거주가 뭐라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한동안 꿈을 많이 꾸었다. 꿈의 내용은 늘 잡다했고 별로 기록하고 싶지 않은 류의 꿈이었다. 가치 없는. 그러다 선택의 결과를 알려줘야 하는 오늘 아침, 오늘 꿈에서 나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무실 내 자리에 관사담당자가 앉아있었다. 내가 아끼는 방석에 앉아 다른 직원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에게 관사 이야기를 꺼냈고 중간 기억은 매우 불쾌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나는 사무실 직원들을 바라보며 "나를 죽게 만든 너희도 다 죽어"라고 저주를 했다. 악을 썼지만 그들은 들은 채 만 채였다. 그게 마지막 장면이었다. 나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그들의 무관심이 투영된 꿈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종료될지 모르겠는 관사문제, 나의 거주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게 뭐라고. 생활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회사생활에 지장이 있다. 이런 불통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이랬어야만 했을까?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나의 쉴 곳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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