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그림일기
남의 편과 싸우고 호기롭게 아이들을 데리고 나섰는데 날이 흐리다. 그래도 오랜만에 동물들도 보고 좋지 뭘그래 하고 어린이대공원에 도착했는데 AI때문에 운영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만들기 하면 되지 뭘그래 하고 상상나라에 들어갔는데 오늘의 입장표가 마감되었단다. 그래도 뛰어놀면 되지 뭘그래 하고 밖에 나섰는데 비가 온다. 아. 우산도 없는데. 하늘도 남의 편인가 보다.
얼굴을 구기고 집에가자 하니 아이들은 이미 빗 방울 사이로 뛰어다니며 웃느라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른 봄볕의 따스함과 물을 터는 호랑이의 고개짓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넘기는 오후의 나른함을, 아이들의 공작시간 속에 나만의 커피타임을 즐기고자 했던 마음을 두 손에 움켜지고 진상을 부리는 사람은, 지금, 누구인가. 순간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