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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Apr 13. 2017

미워한다고 하면 믿을 거야?

육아그림일기

다은이가 삐져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엄마, 나 조금도 쳐다보지 마! 엄마 미워!!" 하고는, 나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어휴, 저 자식을, 아휴, 정말, 어휴, 내가 진짜, 어휴 어휴. 나는 아이 말대로 조금도 쳐다보지 않은 채 아이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서 "흥. 나도 다은이 미워"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는 훌쩍훌쩍 울고, 엉엉 울다가 조금씩 사그라들자 아이 곁에 다가가서 팔꿈치로 툭- 치며 "엄마랑 얘기 좀 하자" 하고 말했다. 내 마음과 생각을 그리고 아이 마음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조금 긴 대화를 마치고 난 후 조금 더 긴 포옹 끝에 아이가 묻는다.


"엄마, 내가 엄마 미워한다고 하면 믿을 거야?"

"응. 믿을 것 같은데"라고 하자,


"치- 바보 같은 소리. 나는 엄마가 나 미워한다고 해도 안 믿어"


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 나는 순간 두려워졌다. 저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아이와 서로의 마음을 길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생채기가 나더라도 저 마알간 마음이 가슴속 깊이 남아 아이를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도록, 과연 내가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아이를 더 길게 안아주었다.



3번 선수, 우리 아들이 가서 묻는다.

"야, 삐졌어? 오빠한테 엎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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