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그림일기
"일어나! 유치원에 가야지!" 하고 아이를 깨우자,
유치원을 가야 하는데, 원복을 입고 가야 하는데, 그러면 엄마가 어제 사다 준 치마를 못 입고 간다는 사실이 주르륵 연결되는지 일어나자마자 "원복 입기 싫어!!!"하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씻기 싫다고 짜증을 내고, 입속에 숨긴 밥을 몇십 분째 돌려가며 '먹고 있다고!!!' 짜증을 내고, 원복 입고 싫은데 왜 원복을 입히느냐고 엄마 마음만 있고, 내 마음은 없냐고 짜증을 내고, 왜 오빠는 자기를 째려보냐고 짜증을 내고, 이미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은 손가락이 아프다고 짜증을 내고, 급기야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기분이 널을 뛰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 속에서 널을 뛰는 내 속을 잠재워가며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좀 진정이 되어가는 것이 보여 내가 물었다. "이제 기분이 좀 괜찮아졌어?" "응. 이제 괜찮아" "어휴, 짜증 내는 그 아이 정말 힘드네. 그 아이 안 오면 안 될까?" 하자, "응. 그 아이, 내가 우주로 쩌~~~~ 멀리 보내버렸어. 이제 안 올 거야" 하고 싱긋 웃어준다.
안 온다는 그 우주 아이, 내 주변에서 맴맴 도는 것 같은 기분인데, "다행이다"하고 싱긋 웃으며 안아주었다. 오더라도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