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어린 시절 간혈적으로 교회나 성당에 나갔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종교와는 먼 사람이었다. 스무 살 이후에는 '믿기지 않는데 어떻게 다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어느 순간부터 철학에 관심을 가지며 신이 아닌 인간에 대해 더 궁금해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교회에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온 가족이 함께.
주변 사람들은 내가 연고 없는 시골로 이사 갔던 것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의아해했다. 그리고 한 마디씩 덧붙였다. ‘요즘 뭐 힘든 일 있어?’ 자기 자신만 믿을 것 같던 내가, 난데없이 믿음을 찾으러 교회에 간다 하니 이상할 만도 하다.
왜 난 갑자기 교회에 다니겠다고 했을까?
힘든 일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서 교회에 간 건 아니다. 그냥 마음이 움직였다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마음이 움직인 이유도 명료하게 말하긴 어려운데, 중요한 건 완벽하게 내 자의였다는 것.
종교를 갖겠다 마음먹은 다음 바로 집 근처 교회에 등록을 했다. 이사 온 집 바로 맞은편에 장로교단인 유명 대형교회가 있다. 이단이나 사이비 걱정은 내려놓고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 5세가 된 아들도 유아부 예배를 혼자 드릴 수 있단다.
이렇게 교회에 다닌 지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 9시, 우리 세 식구는 손 붙잡고 교회로 걸어간다. 유아부 예배실 문 앞에서 아들을 보내고 남편과 나는 오늘은 어느 자리에 앉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다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찬송을 부르고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기도를 하며 예배 시간을 보낸다.
예배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반짝반짝 눈빛으로 예배에 집중한다. 그 시간에 난 일면식도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한 긍정 에너지를 받는다. 매주 예배가 끝나면 유아부 예배 사진이 카톡으로 오는데 신이 잔뜩 난 아들을 만날 수 있다.
난 일련의 이런 교회 경험이 너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모셔널 저니맵을 그린다면, 아직까지는 positive positive positive에서 맴도는 경험들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심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그 종교가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말이다. 무언가 하나에 몰입해서 ‘나 이런 종교를 믿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난 밀어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못하니깐 '난 종교를 싫어해'라고.
며칠 전, 교회 정착을 도와주는 또래 친구가 '하나님을 만나셨나요?'와 같은 비슷한 신앙적 질문을 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답했다. '아니요, 그래도 이제는 만나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여전히 아직 믿기지는 않는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믿어보려 애쓴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이 싫지 않다는 점,
오히려 좋고 즐겁다는 점이다.
알맹이가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노래 부르듯 외치고 다니는 난데, 이 신앙생활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아 너무나도 기대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