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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클로이 Jul 23. 2020

디지털노마드의 첫 걸음, 온라인의 오프라인화 #19


퇴사 후 이틀간은 푹 잠을 잤다. 잠이 안와도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다. 3일차가 되던 날, 집 근처 카페에 갔다. 카페에 가서 가장 놀란 건 오전 11시의 카페는 아주 한적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무척이나 활기차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매일 일하던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있다니!”      


그리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제는 내가 쓰는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글을 쓰고 내가 좋아하는 강연을 준비하고. 바깥에는 새하얀 눈발이 날렸지만 마음은 이보다 더 고요할 수 없었다.

      

이렇게 고요한 순간도 잠시. 불행하게도 나는 나에게 다가온 행복을 잘 즐기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 글을, 내 강연을 좋아해 주었지만 내 안의 나는 계속해서 불안해했다. 30년 인생동안 소속이 없이 살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이 꿈만 같은 달콤함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인지.

      

나는 바보같이 쉬지를 못했다. 사실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      


그래서 자꾸만 글을 쓰고, 또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렇게 불안했던 시절에 나를 지탱하게 해 준건 또 다시 온라인의 사람들이었다. 이미 먼저 회사 밖에 나온 사람들은 내게 그 현상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라고 말하며 ‘그건 앞으로도 계속 될 거에요’ 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디지털노마드란,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지닌 대신 무한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거구나. 라는걸 깨닫게 됐다.          



첫 강의에 참석해 주었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감동적인 후기를 써준 덕분에 그 뒤로 진행된 강의는 아주 빠르게 마감이 되었다. 어깨위에 책임감이 내려앉았지만 사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난생 처음 나 혼자 만들어낸 강의가 누군가에게 다시 찾아 들을만한 가치 있는 시간이라니. 꿈인가 싶기도 했다.     


두 번째 강의부터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왔다. 


제주에서, 부산에서, 청주에서, 춘천에서 강의를 들으러 와준 사람들. 얼굴한 번 본 적 없는 내 강의를 함께 듣자며 딸과 함께 참석해 주신 분도 계셨고, 해외에 있어 본인은 못가니 너라도 꼭 가라며 친구를 강의에 보내주신 이웃 분도 있었다. 그들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사람들은 내 능력이 아니라 그 안의 마음을 봐준 듯 했다.      


두 번째 오프라인 강의가 끝나고 잊을 수 없는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그건 바로 ‘온라인 강의’에 대한 제안이었다. 다름 아닌 내가 실제 수업을 들었던, 내가 꼭 살고 싶은 방식대로,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있는 분의 제안.     

“클로이님, 지금 하고 있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30일 과정으로 만들어보면 어때요?”    


제안을 받자마자 나는 단숨에 30개의 강의안을 만들었다.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달라는 그 분의 말에 남자친구의 노트북을 빌려 영상 강의를 찍었다. 잘 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누군가 나에게 건네준 기회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 분은 내게 이런 제안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그 분이 나를 도와준 이유를 알게 됐다. 강사가 되고 싶다는 나의 간절함이 눈에 보였다고. 그래서 뭐든지 열심히 하는 나를 그냥 도와주고 싶었다고. 


강의가 완성되고 나의 온라인 강의를 본인이 직접 홍보를 해 주었다. 온라인으로 유명한 분의 추천이었기에 강의는 초고속으로 마감이 됐다. 


나의 첫 온라인 강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제안과 누군가의 호의로.      



나의 선생님이 만들어 둔 온라인의 방식과 시스템이 그대로 나에게 적용이 되었다. 온라인 30일 강의는 30개의 강좌를 매일 하나씩 듣고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는 방식이다. 그렇게 쓴 글을 모두 모아 나는 다음날 아침에 카카오톡으로 피드백을 해 주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일하고 강의하는 우리들. 누군가 보면 굉장히 특이할 수 있는 그 방식으로 우리는 일했고 사람들과 소통했다. 

     

30여명의 사람들과 한 달간의 강의를 내가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나의 지식이나 능력에 대한 걱정보다는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됐다.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다양했고,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걱정이 될 때면 내가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며 생각했던 것들, 궁금했던 것들을 카톡방에 쏟아냈다.


 내 이야기를 먼저 한 덕분인지 사람들은 마음속에 숨겨뒀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30일간의 시간을 보내며 나는 그 전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사실은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잘 모르는 온라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그들에게 온라인상의 막강한 인맥과 정보를 전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 모든 것을 받게 된 것은 나였다.

     

수업을 진행하며 나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간절하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전보다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월 1회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를 제외하고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다. 


진짜 디지털노마드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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