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퇴사하겠습니다”
결정은 어려웠지만 말을 내뱉는 순간에 나의 마음은 평온했다. 4년간 열심히 일했고 미련은 없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는 ‘현재 일하는 환경이나 방법, 직무를 바꾸어주면 계속 일해 볼 수 있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에 나는 안 될 것 같지만 한 번 더 질문을 했다.
“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생각인데,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재택근무로 할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는 단칼에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불가능한 일로 판명이 났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꼭 안 되는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났던 회사는 나의 첫 공식적인 직장이자 가장 오랫동안 일한 공간이었다.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취업교육을 진행하고 직장인들에게는 회사원의 역량을 높여줄 수 있는 직무교육을 하는 곳. 나는 그 곳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한 회사에서 20년간 일한 사람, 회사에서 최저시급도 못 받고 하루 18시간씩 일했던 청년, 결혼 후 경력단절이 되어 더 이상 취업할 곳이 사라진 30대 여성, 5년간 공무원준비를 하다 결국에는 합격이 안 되어 취업을 택한 20대.
많은 사람들의 삶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직업에 대한 의미,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 가치, 보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나에게 직업이란,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4년간의 회사생활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남겼다. 갓 대학을 졸업했던 나는 아이디어와 열정은 넘쳐났지만 넘치는 아이디어를 실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와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은 잘 몰랐다.
나의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만드는 방법, 문서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한 체계,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방법, 온라인 홍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홍보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것들.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잘 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직 안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고 보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협업의 과정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의 것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타인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 아이디어로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꼼꼼하진 못하지만 누구보다 추진력은 있었고 때로 자주, 그저 직관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무언가를 배우고 그 것을 나누는 것도 참 좋아한다는 성향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우고 경험한 4년간의 회사생활이 퇴사 후 내 삶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 회사에서 반드시 경험하면 좋은 것 >
협업과 소통을 하는 방식
형식을 갖춘 문서를 작성하는 방법
일정에 맞추어 일을 진행하고 마감하는 습관
프로젝트를 담당하여 사람들을 리드하는 경험
일을 진행하는 절차와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법
내가 한 일과 나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
Chapter 1을 마무리하며....
4년간 다닌 회사를 나올 때 마음이 홀가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4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고 회사 또한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 개인과 조직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개개인이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동아광장 / 최인아 <내 커리어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 회사에 기여해라> 동아일보
" 한마디로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내 커리어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 회사에 기여하라는 거다. 이쯤에서 조금 위험한 발언을 해야겠다. 혁신은 조직이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하는 거라는 것을. 스스로 움직이는 자각된 개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결과로 혁신이 일어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금부터의 조직관리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인 역시 월급을 받는 대가로 회사 일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조직원이기 이전에 개인이고 나 자신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