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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클로이 Jul 21. 2020

결정이 어려울 때 반드시 해 보는 것 #17


첫 계약을 했던 고객과 문제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었고 나의 첫 오프라인 강의 역시 성공적으로 끝났다. 첫 강의가 끝나고 두 번째 강의 공지를 올렸고 순식간에 마감이 됐다. 성공적인 시작이었다. 회사 바깥에서 번 돈을 넣어두겠다던 통장에 찍힌 숫자가 계속해서 올라갔다.    

  

직감적으로 퇴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돈을 벌게 되면 단박에 퇴사를 결정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사실 나는 두려웠다.


 입사 전 운영했던 카페가 망하면서 내가 경험한 것들이 있었다. 나는 운영을 대신했을 뿐이었지만 만약 내가 번 돈이 들어갔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머릿속을 떠다녔다. 실제로 내가 카페를 운영하던 당시 몇 년 뒤 퇴직을 앞두고 있던 아빠는 퇴직 자금으로 동네에 카페를 차리면 어떠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 뿐 아니라 나의 부모님의 노후 자금까지 날릴 수도 있었다. 


창업이 그렇게 무서웠다. 노력이나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것. 시장의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하고 훨씬 더 큰 자본이 유입되더라도 망하지 않을 만한 나만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점차 안정되어갔고m하루 종일 긴장하며 사무실에 앉아있던 신입 때와는 달리 이제는 집만큼 회사가 편해졌다. 어떤 날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낮지 않았고 근속연수도 높은 곳이었다. 


큰 문제만 없다면 계속해서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내가 회사에 있을 때 나의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두려웠다. 그렇게 회사에 남는다면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큰 기쁨도 없겠지.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삶보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것들에 맞추어 내 삶을 바꿔나가야겠지. 지금보다 지켜야 할 게 더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 더더욱 그러하겠지.      


퇴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나는 결정이 어려울 때마다 내가 해보던 반복적인 행위를 떠올렸다. 그건 바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일’이었다. 사실 퇴사를 하겠다는 건 이미 마음 속에서 정해진 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 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 후 최악의 상황>

1. 벌어둔 돈을 다 쓴다 

2. 경력단절여성이 된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깜짝 놀랐다. 최악의 상황을 글로 써봤는데 두 가지 상황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에 대한 대처방안도 간단했다. 


다시 다른 회사에 입사해서 돈을 벌면 된다. 물론 원하는 회사가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내게는 신입 때와는 달리 특정 분야에 대한 ‘경력’이 있지 않는가. 만약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아예 새로운 분야에서 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4년간 일해 왔던 분야에 큰 미련은 없는 상황이었다.

      

막연히 고민이 될 때면 내가 종종 해왔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글로 써보기’는 퇴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회사 바깥에서 도전하는 일 중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사람’을 잃을 수 있는 일은 심사숙고 할 것. 가능하면 혼자서 일하는 형태로 고정비를 줄이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범위의 일을 진행할 것.      


2019년 1월,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4년간의 직장생활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고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지만, 퇴사를 결정하던 그 시점의 내 마음은 복잡했다.      


“이대로 괜찮을까? 나중에 후회하는 거 아닐까?”     


그냥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별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꼭 퇴사해야겠냐며 걱정하는 주변사람들도 많았다. 그냥 남들 사는 대로 살면 안 되냐고 되묻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을 준비하며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거울속의 나는 아무 일도 없는데도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앞으로 계속 이대로 계속한다면 거울속의 내 표정으로 평생을 살아갈 것만 같았다.      


“내가 바랐던 서른 살의 내 모습이 지금과 같았을까?” 아니라는 결론이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게 만들었고 그렇게 나는 자유로워졌다.      


퇴사 후 깨달은 게 있다면, 그동안 나를 속박했던 것은 회사도 그 무엇도 아닌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지 못했던, 포기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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