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처음 회사에 입사하며 내가 받았던 월급은 170만원이었다. 스물여섯의 나는 그 돈이 많은 줄도 적은 줄도 몰랐다. 어릴 적부터 ‘돈을 쫓으면 안 돼’라는 말을 종종 듣고 자라서인지 나는 돈이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170만원의 월급을 준다고 했을 때 ‘조금 적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일을 잘하게 되면, 내 실력이 높아지게 되면 언젠가 내가 버는 돈은 서서히 많아지는 줄로 믿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나와 같이 대학에서 공부를 했던 친구들도 직장인이 됐다. 친구들의 월급은 나보다 훨씬 높았다. 어떤 친구는 나와 월급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학 때 공부는 내가 더 잘했던 것 같은데...’
성적과 버는 돈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더 많은 돈을 벌수 있겠지, 그 때가 되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부모님께 해주고 싶은 것들을 다 해줄 수 있겠지’ 스물 다섯의 나는 막연하게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다.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 새롭게 주어지는 일을 마다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언젠가 내게 도움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때로는 그 일이 현재의 내 상황이나 실력에는 턱없이 어려운 일 일 지라도 ‘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해냈다.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많은 기회를 얻게 됐고 더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게 됐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이런 나를 칭찬해줬고 일하는 나는 즐거웠다. 일을 하면서 나는 많은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돈이 없었다.
여전히 나는 이번 달 월세를 고민했고 여전히 나는 매달 돌아오는 경조사가 겁이 났다. 매번 비슷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에 비해 나의 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시장물가는 턱없이 높았고 끝을 모르는 것처럼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집값이 5억, 10억인 시대가 됐다. 매년 천 만원을 모으기 위해 매달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내게 대한민국의 현실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회사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내가 가장 놀랐던 것들 중 하나는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거였다. 가장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돈 얘기’는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어 있었다. 신입사원인 나의 한 달 월급은 얼마이고 내 상사의 월급은 얼마인지 서로에게 묻는 법이 없었다. 특히 작은 규모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혹여나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더더욱 금기시 됐다.
그런데 회사 바깥의 사람들은 틈만 나면 돈 얘기를 했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도 했다. 일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회사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자신이 벌고 싶은 만큼은 못 벌 것 같다고도 말했다. 회사에서 주는 돈을 가지고는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사기도 버겁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버는 돈이 얼마이고 이 돈을 어떤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였다.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지,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는 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았다.
자신이 돈버는 노하우를 가감 없이 말해준다니! 그리고 같이 고민하며 그 돈을 더 불리기 위해 공부한다니!
신기했던 건 그들이 대단한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지도 않다는 거였다. 누군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는 것으로 돈을 벌고 있었고 누군가는 우리가 일하면서 흔하게 필요한 디자인, 마케팅, 기획, 엑셀, PPT 와 같은 기술들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가진 속성을 이해하고 어떤 경우에 돈이 벌리는지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끊임없이 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건 당연했다. 무언가를 잘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 때부터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돈만을 위해 일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정확하게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격을 정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얼마만큼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지’를 먼저 파악했다. 내가 하려는 일의 평균 가격을 파악하고 평균적인 가격부터 시작했다. 보통의 프리랜서들이 평균 가격 이하에서 시작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건 내가 시작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이 있어서이기도 했고 이미 두 번의 경험을 통해 나의 가치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한 가격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놀랍게도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을 통해 ‘가격이 아깝지 않은 강의’라는 찬사를 들었다. 덕분에 퇴사준비 3개월 만에 나는 온라인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고 4개월 만에 월급을 넘어서는 금액을 벌게 됐다. ‘돈을 쫓으면 안 돼’라고 말하던 어른들을 이해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말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