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꿈꿔왔던 디지털노마드의 삶이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됐다. 2019년 나는 다섯 개의 나라를 여행했고 그 때마다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사진으로 보았던 디지털노마드의 삶처럼 포르투갈, 스페인, 몽골, 홍콩, 괌의 해변이 보이는 숙소에서 글과 영상으로 순간을 기록하며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모든 디지털노마드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는 건 아니에요”라고 누군가 내게 말했던 게 생각난다.
실제로 나는 여행을 다니던 순간보다 집 안의 작은 방 안에서 나만의 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기억이 훨씬 더 많다. 그 방 안에서 밤이고 낮이고 컴퓨터와, 온라인과 씨름했던 나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고 살아가는 지금의 내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출퇴근이 없는 삶, 정해지지 않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삶.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들을 꾸며볼 수 있는 삶. 내일이 보이지 않기에 더더욱 기대되는 나의 미래.
막상 되고나서야 알게 됐다. 디지털노마드의 삶이 사실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보다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프리랜서, 1인 기업가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가기 위해 회사 바깥으로 나오기로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즐겁다는 것.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일. 해보기 전에는 아득하지만 막상 그 안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 어떤 일이라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던 일을 실제 온라인으로 가져오고 난 뒤에는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라고 되 물을 정도다. 실제로도 주변에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일들이 온라인만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는 이제 온라인으로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하고 마케팅 일도 하고 책도 낸다. 수강생은 전국이 아닌 전 세계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에서, 호주에서, 홍콩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내 수업을 수강한다. 온라인으로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도 하고 상담도 하며 기업과 계약을 할 때에도 얼굴을 보지 않고도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오프라인 강의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강의장을 연간 임대하는 대신에 공간을 빌려주는 곳을 잠깐 동안 빌려 강의를 진행한다.
모든 일을 가볍고 유동적이게 진행하고 있다. 언제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나의 생각과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무언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의견을 들어보고 필요한 경우 나의 삶과 일하는 방식에 빠르게 적용한다. 아직도 디지털노마드로 사는 삶이 ‘특별한 누군가만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물론 누구나 디지털노마드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나처럼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디지털노마드를 꿈꾸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나의 변화를 지켜봐왔던 나의 친구가 했던 말. “너니까 가능한 거야. 나는 이렇게 하라고 해도 못해”
디지털노마드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추진력, 전문성, 열정 그 모든 것들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관리’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계약을 맺으면 정해진 시간을 반드시 맞추어야 한다. 혼자서 일하더라도 회사 안에서 일을 하는 것처럼 나만의 시스템과 정해진 기한을 맞추어야 한다.
나는 새벽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도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일을 시작했다.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 하지 못하면 시간에 쫓기게 된다. 한 번 시간에 쫓기면 나는 항상 바쁜 사람이 된다. 더 바빠지기 위해 디지털노마드가 된 건 아니지 않는가. 한 번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조금씩 균열이 오게 된다. 그 균열은 나태함에서 시작이 되고 마지막은 백수로 끝이 나 버릴 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디지털노마드가 되고 싶은데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두 가지를 말할 것이다. 한 가지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나를 알릴 수 있는 채널을 키우는 것’이다.
온라인에 나를 알리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3개월 만에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게라도 ‘돈을 받을 수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나에게 이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수익을 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은 실제 물건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재능이나 경험, 이야기 일 수 도 있다. 내게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4년간 회사에서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이 사람들에게는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전문성이라는 게 꼭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된다. 나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전문성 있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옆의 누군가보다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남들은 관심이 없지만 나는 잘하고 좋아하는 것. 늦은 밤 잠들기 전 자꾸만 들어가 보는 웹사이트나 커뮤니티가 있다면 어쩌면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전문성 있는 분야는 그 곳에 있을 수 있다.
퇴사 후 유튜브를 시작하며 나는 영상편집을 배웠다. 단 하루 수업을 들었고 나머지는 독학으로 집에서 연습을 했다. 이제 나는 제법 빠르게 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 영상 편집의 최소 단가는 5만원이다. 앞으로 6개월 정도 편집연습을 더 하면 나도 돈을 받고 편집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실력이 부족하다면 최소 단가보다 더 적은 비용을 받고 그 일을 하면 된다. 누구나 최고급의 전문성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이야기가 있었다 할지라도 나의 경험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지 못했다면 나의 이야기는 여전히 어딘가 흙속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내가 경험한 것과 나의 생각을 온라인에 올렸고 감사하게도 몇몇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반응해줬다. 그렇게 나의 작은 재능은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널리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장 퇴사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새로운 일을 꿈꾸지 않아도 ‘나만의 온라인 채널’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은 평소에 내가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우연히 올린 사진 몇 장, 몇 개의 글로 지구 반대편의 친구가 생길 수 있고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좋은 제안을 받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나는 이런 사례를 많이 봤다.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해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대학시절 올렸던 페이스 북의 맛집 평가를 통해 스카웃 제의를 받았고 이제는 작가가 된 그는 우연히 올렸던 만화 덕분에 웹툰 작가가 됐다. 온라인에 올린 글로 출간 제의를 받은 나의 학생들도 여러 명이다. 나 역시 블로그와 유튜브를 시작하고 많은 강의 제안을 받았다.
누군가 온라인의 콘텐츠를 소비할 때 누군가는 온라인으로 인생의 다른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일이 지금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특별한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나는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