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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Dec 10. 2019

KTX를 처음 타는 느낌이란

전국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워크숍에 다녀와서

"완전 촌뜨기네" 

4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KTX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울 토박이로 태어나, 대학 때는 통일호 무궁화호를 타고 MT를 다니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 이후론 기차를 타 본 적이 없다. 친척들 모두 서울에 살아선지 서울과 수도권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으니까. 휴가철 여행은 거의 해외로 나가서 더 그랬을 것이다. 암튼 나는 KTX 열차에 몸을 싣고 대전으로 행하게 되었다. 


7월에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로 이직하면서, 외근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서울 북부를 뛰어다니는 일이 다반사. 보건의료기관과 네트워크가 가능해져야, 지역 장애인의 건강욕구에 적절하게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서울 북부를 뛰어다녔던 것과 달리, 이번엔 대전까지 향하게 되었으니. 많이 컸구나.


대전에 가게 된 동기는, 전국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워크숍이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KTX 였다. 열차를 타기 전부터 두근두근. 대전은 93년도 엑스포 이후 첫 방문 이리라. 주위에 대전에 사는 지인들은 서울로 곧잘 올라오는데, 나는 그간 왜 대전에 못 갔을까. 게을렀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KTX 열차에 타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처음 타노라고 고백했다. 직원들이 까르르.. 특히 부서장이신 센터장님께서 기념사진이라도 하나 박아야 하지 않겠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다. "화장실도 있네" 하며 가르쳐주시는 센터장님. 열차에 자리를 잡고 "기내식은 나오나?" 하고 동료들에게 농담을 던졌더니  까르르 웃는다. 


우리가 몸을 실은 열차는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출발. 역방향으로 타서인지 살짝 정신은 없었던 데다, 열차 속도가 보통은 아닌지라 혼까지 쏙 빼놓게 되었다. 창밖을 보며 사색을 하다, 멀미를 할 것 같아 커튼을 내렸다. 구글 맵에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던 중, 내 위치의 이동 속도가 아주 빠르게 깜빡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네. 


어느새 열차는 대전역에 도착했다. 10시 5분에 탄 우리 열차는 11시 6분에 역사에 다다랐다. 1시간 1분. 열차 가격은 약 23000원. 이 정도면 서울 끝에서 끝까지 가는 속도보다 빠르다. 1일 생활권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 그렇게 우리는 역사 밖으로 나가며, 대전의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워크숍이 열리는 인터시티 호텔로 향했다. 호텔 안에 들어가니 정면에 큼지막한 현수막이 쫙 펼쳐져있었다. "아.. 내가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을 하긴 하는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6개 기관 (서울 북부, 남부, 강원, 충남, 경남, 전북)의 담당자들이 속속 세미나실로 들어왔다. 


어어진 기관 별 발표시간. 이제 막 시작한 3개 센터와 1년이 조금 넘은 3개 기관이 나눠서 발표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첫 발을 딛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부족함도 많았지만 여러모로 성과로 보이는 내용들도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5개월 동안 일한 나의 성과물도 발표되었다.


1일 차는 세미나 후 인근에서 석갈비를 먹고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대전 유성구의 밤거리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로. 손 잡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  상점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캐럴.  맥주에 기분 좋게 취해 거리를 거닐며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 유성구의 밤거리

이어진 2일 차에는 워크숍을 정리하는 오전 발표를 마지막으로 일정을 끝마쳤다.  짧지만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가볍지 않았기에 돌아가는 발걸음들은 무거워 보였다. 각자 사무실로 돌아가 2020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고민할 듯. 그렇지만 지역 장애인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상기한다면, 일이 꼭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산 튀김소보로

대전역사에서 산 튀김소보로를 들고, 다시 서울로. 서울 촌뜨기가 이틀 연속 KTX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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