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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구 Oct 10. 2019

#Oracle Park

태평양을 만날 수 있는 야구장

    브런치 콘텐츠의 정체성이 날로 모호해지고 있지만. 일단은 기록하기로 한다.

더구나 메이저리그 야구장이니까.


이번에 소개할 곳은 바로

지난해까지는 AT&T 파크였던 이 곳. 4년 전 투어는 해봤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실제 경기를 봤다. 이틀 연속 오라클 파크에 갔다.


San francisco Giants의 안방구장

Oracle Park다.


https://sf.curbed.com/2019/1/9/18176322/att-park-sf-giants-naming-oracle-park-price


지난시즌까지 AT&T 파크로 불렸던 이곳은 올해부터 Oracle 파크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네이밍라이트는 2억 달러 이상으로 전해진다. 계약기간은 20년(기사 참조)

실리콘밸리의 도시답게, 야구장 간판을 둘러싼 업체들의 자존심 싸움도 흥미롭다.

 

오라클 파크의 아마도 정문. 이 문을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각종 유니폼, 장비 등을 살수 있는 대형스토어가 있다. 야구장 내 스토어가 여럿 있지만 이 곳의 제품이 가장 많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야구장 바로 앞에 트램 노선이 지나가는 등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다. 다운타운 내 야구장이 있다. 도심에서 한참을 달려나가야 했던 다저스타디움과 비교되는 대목. 이날도 유니온스퀘어에 들렀다 걸어서 야구장을 찾았다. 한 25분쯤 걸은 것 같다.


다른 구장에 갈 때도 느꼈던 점이지만

미국에서 야구장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만, 어떤 면에서는 또 쉽다.


야구장을 기점으로 수백, 수천m에서부터 유니폼을 입고 걷는 팬들을 여지없이 발견하기 마련이다.

그들을 발견했다면, 그냥 따라 걸으면 된다.  물론 그들이 야구장이 아닌 펍으로 가는 일도 있으니 주의할 것.


구글 이미지 검색. 이날도 이 아저씨가 바다에 떨어진 홈런공 2개를 가져갔다. 라디오 생중계를 듣고 있는 듯 했다. 구글 이미지 검색


아무래도 오라클 파크의 특징은

바다다. 외야 펜스 뒤가 바로 바다다. 그것도 태평양.


특히 우익수 방향으로 큰 홈런이 나올 경우, 외야존이 넓지 않아

홈런공이 바다에 퐁당-하고 빠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카약을 탄 채 공을 잡으러 달려드는 이들의 행렬도.

(평일이어서 그랬을까. 이날은 카약이 단 두 대에 불과했다. 사진 속 아저씨가 홈런공을 챙겼다.)


정작 재밌는 것은

오라클파크의 홈런 파크팩터가 MLB 구장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

ESPN에 따르면 0.691로 올해 MLB 최저다.  아무래도 421피트(128m)나 되는 우측 담장 때문인 듯.


오라클파크의 명물 코카콜라 슬라이드와 네 손가락 글러브. 글러브는 실제 글러브의 36배라고 한다. 출처 MLB닷컴.

또 하나의 심볼을 꼽으라면 바로 좌측 외야석에 설치된 코카콜라 미끄럼틀.

TV중계로 오라클파크 경기를 볼 때 가장 눈길을 끄는 조형물이다.

MLB데뷔전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렸던 (한때) 샌프란 황재균의 홈런공이 이 방향으로 갔다.


물론 티켓이 있다고 누구나 이 슬라이드를 타진 못한다. 머쓱.

14세 이하면서 키는 최소 36인치(약 91cm) 이상 돼는 이들만 탈 수 있다.

(미끄럼틀의 최고점은 약 14m 라고 한다. 기울기는 약 25도)

이틀 연속 콜로라도와의 경기를 봤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타석에 들어선 아레나도, 짝수해의 기적 우승 트로피, 샌프란에서 꼭 먹어보라던 슈퍼듀퍼, 기념품 샵.




이번 방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respect


사실 시즌 막바지였고, 평일이었고,

팀은 가을야구에서 사실상 멀어진 상황이었음에도

기대보다 관중이 많았다.


바로 그 이유가

Thank you Bochy


2007년부터 팀을 이끌었던 MLB를 대표하는 명장

브루스 보치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팀에서 물러나기 때문.


보치 감독과의 작별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오라클파크도 각종 이벤트로 그를 추억했다.


이닝 교체 타임마다 대형 전광판에는 보치와 관련된 영상,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영상 등이 실려나왔다

메탈리카가 보치에게 인사했고.

5년간 자이언츠에서 뛰다 올해 메츠로 이적한 2루수 조 패닉도

기꺼이 친정 전광판에 등장했다.


2010, 2012,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

자이언츠에게 짝수해의 전설을 안겨준 보치 감독은


감독으로서 통산

4033경기 2003승, 2029패로 통산 감독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때문에 매번 경기장에 갈때마다 선수 이름이 프린트된 majestic티셔츠를 사는 나도

이번에는 보치 기념티를 샀다.


정작 인상적이었던 Respect는 따로 있었다.

(예기치 못했던 지라 사진도 채 못 남겼다.)


이닝 교체 시간

코치, 볼보이 등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령 3루 파울라인에서 볼을 소개하는 이가

"몇 살의 누구이고, 누구의 남편이고, blah blah blah"

등등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프로야구란

일부 선수, 감독만의 무대가 아니고

야구장에 있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가슴 깊이 전달됐다.


문화의 저력이란 이런 것일까.

MLB 구장을 갈 때마다 부러운 부분.

또 만나요 오라클 파크!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NL 서부지구 최고의 라이벌

다저스 vs 자이언츠 경기를

이틀 더 있었더라면

'사이영 페이스' 류현진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볼 수 있었지만


출장 일정이 허락치 않아

끝내 아쉬움을 안고 돌아섰다.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

언젠가 오라클 파크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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