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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슬리 보홀 Mar 24. 2017

<보홀 라이프> 따듯한 보홀 같은 사람

바다에서 만나는 인연과 행복

오늘도 노을을 기다리며 .

어느 날은 오빠에게 프리다이빙을 배운 숙정 씨랑 리나우에 가서 노을을 봤어요.
전 한 번씩 프리다이빙 교육생 분들과 이런 시간을 가져요.

사람 사는 얘기 들어보면 재미있어요.
처음 만나서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도 저마다 달라서 즐거움을 주죠.




그 주에 지실 씨와 숙정 씨를 데리고 또 한번 리나우에.

우리 모두 보홀에 와서 알게 된 인연이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같은 풍경과 시간을 즐겼어요.
함께 수영도 하고 수다도 떨고 좋아하는 음악과 점심을 나눴죠. 독서도 하고요.

사람마다 독서의 방식도, 삶의 방식도, 여행하는 방식도 모두 다 정답이 없네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사유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포인트는 다 다르겠지요.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경험이나 느낌들을 공유하며 배우고 싶어요.




프리다이브 팡라오의 고은쌤이 중간에 합류하신 덕분에 흥겨운 분위기가 됐네요.

여럿이 먹으면 더 맛있어요. 이전엔 굳이 여러 명이서 나눠먹는 걸 이해 못 했는데.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요. 선택지가 많으니 실패할 일도 적고 조금씩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는걸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이 먹게됩니다. (ㅋㅋ)




비온 뒤 흐린 모모 비치.

오빠가 쉬는 날에는 한 번씩 팡라오 섬 데이트를 즐겨요.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흐린 날.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빠는 어딜 가나 저를 담아줘요.
저는 싫다면서 집에 오자마자 찍힌 사진 먼저 꺼내 구경하죠 : )




앞으로 많이 많이 담아야겠습니다. 순간은 한 번뿐인데, 지나가면 쉽게 잊히죠.
사진은 그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잖아요.

찍히는 게 조금 부끄럽지만...ㅎㅎ 저의 두 번째 새 삶이니 항상 소중히 남겨야죠.
나중에 보면 뭉클할 것 같아요. 이 땐 이랬지 저 땐 저랬지 하면서.




오늘 하루도 최대한 많이 담아놔야죠.

언젠간 이곳이 너무 익숙해져 그저 똑같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이라 느껴질 때.
사진을 꺼내보고 반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이런 풍경들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소중히 생각했구나 하고요. 




저번 포스팅에서 현지 식당 '망 이나살'을 올렸었죠.
이곳은 치킨 바비큐를 주메뉴로 하는 현지 식당 '치킨 아띠 아띠 한' 입니다.

전 이곳을 더 좋아해요. 여긴 닭 크기가 조금 작긴 한데, 간장소스도 맛있고 특히 저 오른쪽 불랄로(포체로)가 최고예요.
불랄로는 현지식 갈비탕인데, 국물이 끝내주죠. 전 이것만 먹으면 해장하는 기분이 들어요 (ㅋㅋ)

알로나 비치와는 거리가 조금 있고요. 사우스팜 리조트와 BBC 리조트를 지나 위치해 있어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보통은 타그빌라란 시내에 갈 때 들리곤 해요.






저희 집 근처 다나오 비치는 노을이 지는 방향인데,
이곳은 섬의 서북쪽이라 다르게 보이죠.

같은 노을 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물드는 하늘을 볼 수 있어요.

뷰가 좋은 절벽 테라스에서
하늘의 색이 사라질 때까지 짙은 수다를.




쉬는 날 아침. 빵과 베이컨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
오빠가 쉬는 날에는 저 대신 아침을 해요.

베이컨 좀 많이 달라니까요.
살찐다며 늘 저만큼만 소분해서 주네요.

제일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는 거 맞죠?

빵 먹고 계란 먹고 마무리 입가심으로
베이컨 한 입에 털어 넣어요.

(아침은 많이 먹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혼자 시간 보내기 좋은 곳. 유유자적 -

이곳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이런 염려를 합니다.
혼자 있으면 지루하지 않냐고요.
시간이 지나면 울적할 때가 올 거라고.

사실 한국에 있을 땐, 친구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집 안에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뎌했어요.

엄마는 역마살이 꼈냐고도 했죠.




주위 친구들도 걱정을 했어요.
너 같은 성격에 조용한 섬에서 잘도 살겠다 하구요 (ㅋㅋ)

그런데 와보니 재미있는 일은 찾아서 하면 되던걸요.

이곳저곳 나가고 싶으니, 오토바이도 빨리 배웠고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도 사귀었어요.

다만 전과는 달리 내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만나지요.




그림도 그리고 영어 공부도 하고
드물었던 운동도 때때로 하고.
요리하고 장보고 글도 쓰면
하루가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죠.

이곳에 온 이유가 오빠와의 행복한 삶 때문이지만,
상대방에게 무조건 의존하면 나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요.

대부분의 연애나 친구관계가 그럴 거예요.
사람이니 외로움을 느끼고,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죠.
사람이란 홀로 있음을 불안해하니까요.

저 또한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늘 자각하려고 노력해요.




처음 보홀에 와서는 몇 번 그런 일로 다퉜던 것 같아요.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고, 자존감 높은 여자다! 하면서도
오빠에게 한 번씩 의존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죠.

그럴 때마다 오빠는 달래주는 게 아니라요.
저에게 단단한 마음을 더 심어줘요.




내가 얼마나 주체적이고 강한 사람인지
스스로 깨닫게 여러 트레이닝을 시키죠.

이를테면 못하는 걸 재차 시켜본다던 지.
할 수 있다며 안 해본 걸 시도하게 한다던 지.
그러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다가 가끔 따끔한 말도 서슴지 않고.
제가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주죠.
(똑똑한 사람)

그걸 이해하다 보니 싸움이 번질 일도 줄었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무탈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주체적인 의지와 선택으로 가득한 삶을 살며
스스로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부족한 사람이니,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전체보다 부분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죠.


어느 블로그에서 해 질 녘 야자수를 찍은 사진을 봤어요.
매일 보는 야자수 풍경이지만 낯선 곳의 묘한 에너지와 쓸쓸함을 느꼈죠


그러다 괜히 그 사진을 따라 그리고 싶어졌네요.
그 그림이 그리다 보홀의 <별과 달빛에 물든 밤>입니다.





요즘 그림 그릴 소재를 찾다가
전체의 풍경보다는 평소 주의 깊게 보지 못 했던 부분들을 찍는 저를 발견해요.




사실 저는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며 풍경에 깊은 애정을 가지는 편도 아닙니다.

다만 내가 보았고 아는거지만 스쳐지났던 것들을 주의 깊게 보는 연습을 해요.

(저는 성격이 급하고 뭔가 주의 깊게 보지 못 해서 실수하는 편이 잦아요.
그래서 이런 연습이 꼭 필요하죠.)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한 프레임에 넉넉히 담으면.
사물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나 여운, 혹은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을 얻어요.

그런 장면을 이렇게 저렇게 수정도 해봤다가
덧칠도 해보며 저만의 그림으로 다시 표현했을 때
또 쏠쏠한 재미도 느끼고요. : )




보홀 1호 친구 나링과 마지막 식사.

편도염이 너무 심한 날이었는데, 약사인 그녀의 도움으로
현지 약국에서 급한 대로 겟.  (고마웠어요 !)

저는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감정 기복이 큰 편이 아닌데요.
이 날은 괜히 아쉬워, 목이 잠겨도 긴긴 대화를 이어갔어요.

떠나기 전 그녀가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보홀이 더 좋아졌고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요.

그런 마음 자체가 귀한 선물로 다가온 순간.

짧지만 행복했던 여행이길 바라며.
다시 올 그녀에게 따뜻한 보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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