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 조원재

(20200410) 수현이형네 도서관에서 청년책방 '떠독' 모임

by 긜잡이

방구석 미술관

저자 : 조원재

한줄평 : 예술은 시대에 대한 도전이고 예술가는 인간이다.





책을 빌리다


2020년 3월 12일 오후. 종합자료실 주위를 맴돌고 있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들어가기가 무섭다. 업무 때문이 아닌 단순 도서 대출하러 간다는 것이 괜히 눈치 보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휴관하고 있는 상황에 사서라는 직업을 이용해(?) 책을 빌리는 모양새가 찔리기도 했다. 이미 상상 속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소리 들은 나는 포기하고 다시 올라갈까 고민하던 찰나에 같은 층 정기간행물실에서 근무하는 백 선생과 우연히 마주쳤다. 백 선생은 도서관 직원 내 유일한 동갑친구여서 둘만 있을 땐 편하게 말 놓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였이다. 같은 층에 있을 땐 그냥 편한 친구였는데 지금은 약간 구세주처럼 여겨졌다. 나는 백 선생에게 자초지명을 설명하고 같이 들어가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자기뿐만 아니라 몇몇 선생님들은 이미 편한 게 대출하고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진작부터 스마트도서관으로 이용자들에게 책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 시국에 사서가 책을 빌린다는 것이 죄 지는 짓도 아니었는데 괜한 찔림과 걱정에 20분 가까이 종합자료실 문 앞에서 서성거렸던 것이 창피했다. 나는 그렇게 책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내 이야기



책을 읽어보기 전 나는 미술에 대해서, 더 넓게는 예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었다. 다행히도 이 책은 나처럼 예술 무지인들에게 맞춰 글이 쓰여 있었고 모를 수 있는 인물뿐만 아니라 예술 기법까지도 친절히 설명해주어 읽는 내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각 예술인들의 '작품'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인물'에 집중하여서 더욱 쉽게 읽힐 수 있었다. 만약 각 예술인들의 작품엔 어떤 기법이 있었고 왜 훌륭한지를 설명하였다면 교과서처럼 읽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각 인물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이러한 작품이 탄생했고 후대에 어떤 이점을 남겼는지를 풀었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인들이 모두 1800~1900년대 예술인들인데 고대 예술인 편도 있었으면 하는 점밖에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예술인들에 관심이 생겼고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 반성해야 하는 나



원래 예정대로라면 3월 27일 금요일 보는 것이 맞는데 이틀 전인 오늘까지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모두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마당에 모임을 갖는 건지 긴가민가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룹시다!' 혹은 '그래도 모입시다'라고 의견을 내면 모두들 따를 것 같은 분위기였다. 모두들 성격이 자신의 의견보단 서로에게 맞추는 성격인걸 7년을 봐왔기 때문에 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용기 내서 내가 먼저 카톡을 보냈다.

'이번 주 모임 어떻게 할까요!?'

나는 사실 그동안 그러면 안되지만 이 시기에도 가끔 친구들 만나기도 했으며 PC방도 종종 가곤 했었다(그래도 걱정은 돼서 마스크는 끼고 게임을 했다). 물론 PC방 가는 횟수는 줄었고 친구를 만나면 코로나 얘기를 많이 할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이 있었지만 몸소 실천하고 있지는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모임도 나에게는 미루면 미루고 모이면 모이는 식으로 얕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모임 구성원들은 모두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임 구성원들이 상대에게 서로에게 맞춰주는 성향이지만 양심적으로 행동해야 할 땐 분명히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날짜는 4월 10일로 미뤄졌다. 4월 10일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이고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상이라면 또다시 미룰 생각으로 정해졌다.






'떠독'의 이야기


4월 10일 모임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수가 서서히 적어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독서모임 외의 모임은 적극적으로 자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모임은 수현이 형이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은지 누나네 도서관은 당분간 공사가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 모임마다 돌아다니니 '떠돌아다는 독서모임'이라는 이름이 걸맞게 되었다.

어찌어찌 도서관에 이 날 모이는 인원은 5명이었다. 이번 모임에도 민아누나는 바쁜 일 탓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이번 독서 모임에 독특한 점은 나름 호스트가 있다는 점이다. 독서모임의 주제를 잡아 진행하는 사회자 같은 느낌이다. 그 호스트는 바로 병구였다. 병구는 오늘 모였을 때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오늘 대화를 나눌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을 본인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는데 예술 책이다 보니 이번 모임에서 대화를 나눌 내용이 적어 금방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구는 책 선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어떤 얘기를 나눌지 정해왔다.


Q. 가장 인상적이었던 미술작품과 예술가는?


이 질문은 어느 정도 생각해왔기 때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나는 구스타프 클린트의 '의학', '법학', '철학'이란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유는 의학과 법학, 철학 안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만 해도 이런 파격적인 예술작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 자신의 철학과 예술을 표현한 것이 무엇보다 굉장하게 느껴졌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다행히도 각자가 느낀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꽤 다양하게 나왔다. 병구와 수현이 형은 모네의 작품을 가장 좋아했다. 특히 병구는 아직까지 직관적으로 봤을 때 누구나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모네의 작품은 누가 보아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을 세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재윤이 형은 책 초반에 나오는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꼽았다. 이유는 예전부터 반 고흐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책을 통해 반 고흐의 삶을 자세히 알게 됨에 따라 작품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반 고흐의 거의 모든 작품이 강렬한 노란색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이유가 압생트라는 알코올을 많이 마시게 됨에 따라 환각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사실을 알고 반 고흐의 작품을 보니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은지 누나는 이번 책을 바빠서 앞 두 챕터 밖에 읽지 못해 고르지 못했지만 20살 초에 일했던 미술 관련 업체에서 매일 아침 예술작품을 하나 골라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는 일을 했었는데 그때 보았던 작품들이 많아서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얘기해주었다.




병구의 플랜 B


처음 질문 이후로 각자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얘깃거리가 바닥이 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직 9시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전엔 10시 땡 칠 때까지 얘기를 나누어도 모자랄 정도였는데 당혹스러웠다. 이 순간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병구는 플랜 B를 준비해왔다. 이 플랜 B는 책 내용이 아닌 책모임 자체에 설문조사와 같은 것이었다. 장소가 도서관이니 만큼 첫 번째로 앞으로 이 모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관련된 책을 골라 얘기 나누기, 두 번째론 다음 모임에 하고 싶은 책 골라오기였다. 앞으로의 모임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 모두가 찬성하였다.





우리의 다음 모임 책은?


이렇게 주제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니 9시 30분이 되었다. 이번 모임도 알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다음 모임 책은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이다. 작년에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비슷한 논지의 책일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표지가 너무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다음 모임 날짜는 5월 13일이다. 여유롭게 한 달 뒤로 잡았고 이 날에는 정말 마스크 끼지 않고 모이는 날이 되어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헤어졌다. 이 날 모임도 어느 때와 다름없는 알찬 모이어서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다음 날도 출근하는 날이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다음 모임엔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도록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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